"반기문은 독선적" 유엔 고위직 출신 여성의 평가… 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17-01-31 11:06 수정 2017-01-31 13:44
28일 설을 맞아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부친 산소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헌작하고 있다. 뉴시스

“반 총장은 독선적이었고 유엔을 후퇴시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유엔 내부의 부정적 평가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0년 사임한 스웨덴 출신 잉가 브리트 알레니우스(Inga-Britt Ahlenius) 전 유엔 내부감찰실(OIOS) 실장은 이듬해 기자인 니클라스 에크달과 함께 낸 책 ‘미스터 찬스 : 반기문의 리더십 아래에서 후퇴한 유엔(Mr. Chance-The deterioration of the UN during Ban Ki-moon's leadership)’에서 반 총장을 혹평했다.

잉가 전 실장은 이 책에서 "반 전 총장은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을 했으나,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의견을 말하면 반 전 총장은 거의 화를 내거나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여기곤 했다"고 밝혔다.

31일 오마이뉴스는 반 전 총장에 대해 능력을 의심하는 보도는 많았지만 독선적인 평가는 처음이라면서 대선가도에 상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혹평은 반 전 총장이 추진한 유엔 순환보직제 개혁에 대한 반발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재임 시 유엔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뉴욕과 제네바 등 ‘좋은 근무지’에서 최장 7년까지 근무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순환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유엔 직원들은 채용된 지역에서 정년을 맞는 시스템이였다.

2010년 사임한 잉가 브리트 알레니우스(Inga-Britt Ahlenius) 전 유엔 내부감찰실(OIOS) 실장이 이듬해 낸 책 ‘미스터 찬스 : 반기문의 리더십 아래에서 후퇴한 유엔(Mr. Chance-The deterioration of the UN during Ban Ki-moon's leadership)’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2일 귀국 비행기에서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유엔은 한 번 발령 받으면 10년, 15년 한다. 재수 없는 사람 아프리카 가면10년, 15년 계속 있어야 하고, 뉴욕, 제네바 있는 사람은 죽어도 안 움직이고. 그걸 7년을 싸워서 유엔 총회 회원국들을 설득한 것”이라며 “(순환근무제 도입으로) 직원들이 불신임결의 했다. 사무총장이 너무 못 살게 군다고 직원들이 불만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잉가 전 실장은 순환근무제 도입에 대해 반 전 총장이 개혁에 대한 명확한 구상이나 비전 없이 추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잉가 전 실장이 사임하면서 남긴 반 전 총장 비판 메모를 보도한 2010년 7월 19일 워싱턴포스트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잉가 전 실장은 2005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추천으로 유엔 직원들의 비리를 감시하는 내부감찰실 실장에 임명됐다. 5년 뒤인 2010년 사임하면서 반 전 총장을 비판하는 50쪽짜리 메모를 남겨 파문을 일으켰다.

잉가 전 실장은 메모에서 "당신은 개탄스러울 뿐 아니라, 비난받아 마땅한 짓을 했다“며 ”내부감찰실을 지켜주지 못했고, 나아가 자신의 통제를 받는 별도의 감사기관을 신설하려고 했다"고 맹비난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반 전 총장 측은 "잉가 전 실장이 많은 사실을 간과하거나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별도의 감사 기관에 대해서는 "유엔의 부패척결 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