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암투인가 종교 갈등인가’ 미얀마 아웅산 수치 변호인 피살

입력 2017-01-30 21:30 수정 2017-01-30 21:38
한 불교 승려가 30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유명 변호사 코 니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장례식 차량에 탑승해 있다. AP뉴시스

미얀마 최고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수석변호인이자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유명 변호사 코 니가 29일(현지시간) 양곤 국제공항에서 피살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다음날까지도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지만 정치 암투 또는 종교 갈등의 희생양이란 견해로 피살 배경이 좁혀지고 있다.

코 니는 군부세력의 지속적인 정치 개입에 쓴소리를 해왔다. 딸인 인 느웨 카잉은 “아버지는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자주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이 군부의 개헌으로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자 헌법 재개정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파의 미움을 사서 정치 보복을 당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슬람교도인 코 니는 지난해 무슬림변호사협회 창립을 돕고 무슬림의 권리 신장에 앞장섰다. 더구나 최근 반(反)이슬람 정서는 극에 달한 상태다. 미얀마 내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수치의 묵인 아래 삶의 터전을 잃고 학살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틴 초 미얀마 대통령 대변인은 “경찰이 용의자 치 린(53)을 붙잡아 동기와 배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세프 베네딕트 국제앰네스티 동남아태평양 부지부장은 “그의 죽음은 미얀마뿐 아니라 전 세계 인권단체에 큰 충격파를 던져줬다”면서 “정부는 이런 폭력은 용인될 수 없으며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반드시 내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