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 지방 법원의 앤 도널리 판사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구금된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본국송환을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도널리 판사는 “행정명령에 따라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면 상당하면서도 만회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행정명령으로 뉴욕 JFK 국제공항에 억류된 이라크 남성 2명을 대신해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CLU는 이라크 남성 중 한명은 이라크에서 10년간 미군 통역사로 일한 만큼 본국으로 송환되면 테러 조직의 타깃이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미군 통역사 출신 하미드 칼리드 다르위시는 19시간 동안 구금된 뒤 풀려나 기자들에게 “내가 이 나라에 어떻게 했나. 그들은 내게 수갑을 채웠다. 내가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미국 군인들을 접촉했는지 아느냐”며 울먹였다.
ACLU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난민에 대해서도 본국송환을 중단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미 국경수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잠재적 테러위험이 있다고 지목한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 7개 국가 출신이라고 해도 유효한 비자가 있거나 승인받은 난민 신청서를 갖고 미국에 입국한 상황이라면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법원 결정이 이어졌다.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은 워싱턴덜레스 국제공항에 구금된 영주권자 수십 명에 대해 변호사 선임권과 일주일간 강제 추방을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워싱턴주 연방법원도 구금이나 본국송환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발동 유예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29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그대로다. 금지된 여행은 여전히 금지되는 것이며 국가 안보나 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느 때든 비자 거부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가 28일 발표한 입국 거절자는 109명이다. 미국행 비행기 탑승 자체가 거절된 173명을 포함, 이번 행정명령으로 영향을 받은 전체 인원은 370명에 이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지난 28일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 이 행정명령에 ‘무슬림 금지법’(Muslim ba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합법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물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