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슬림 7개국 국민, 미국 입국 금지"…전 세계 충격

입력 2017-01-29 15: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격 금지시켰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이 신청한 미국 비자발급은 중단됐으며, 미국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이 뉴욕 JKF 국제공항에서 억류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를 비판했으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스코틀랜드의 니콜라 스터전 수반은 미국행을 거부당한 난민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잠재적 테러 위험이 있는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7개국은 이라크, 시리아, 이란, 예멘, 리비아, 수단, 소말리아 등이다.

이들 국가 출신 국민들은 미국 영주권자라고 하더라도 미국 입국이 금지됐으며, 입국 금지대상국이 아닌 나라의 국적을 이중으로 취득한 경우에도 미국 입국이 거부됐다.

행정명령이 발효된 직후 카이로에서 뉴욕행 이집트에어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이라크인 푸아드 샤레프(51)씨 가족 5명은 탑승을 거부당했다.
샤레프씨는 “집도, 차도, 가구도 다 팔고, 나와 아내는 직장도 그만뒀다”며 “특별이민비자로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정착하려던 계획이었는데 트럼프가 우리 가족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라크 난민 2명은 공항에 억류됐다. 이중 한 명은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서 통역·엔지니어로 일한 인물로 판명나 일단 억류에서 풀려났다.

미국 비자를 소지한 이란인 3명도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항공사들의 탑승 거부도 잇따르고 있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미국 입국을 거부당할 우려가 있는 7명의 승객에 대해 탑승 중지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유학 중인 한 이란 학생은 “터키항공에서 구매한 2월 4일 출발 항공권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 2만7000여 명의 미국행도 사실상 좌절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국가이민법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번 행정명령에 강하게 반발했다.
인도 출신의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고통스럽다”고 말했고, 이민자 가정 출신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란 외무부는 “불법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한 결정”이라며 “미국의 모욕적인 행정명령에 대응해 이란도 미국인의 입국을 현행과 같이 계속 금지한다”고 밝혔다. 예멘 정부도 유감을 표시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트럼프의 정책에 유럽이 대항하자고 호소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박해와 테러, 전쟁을 피해 도망 온 사람들을 종교와 관계없이 환영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스터전 수반도 트뤼도 총리의 트윗 글을 리트윗하면서 “스코틀랜드로 오는 것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75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에서 비자 발급이 잠정 중단된 7개 국가의 국민이 미국인을 죽인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