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전 개헌' 카드를 내밀며 '3지대론'(빅텐트론)을 통한 대권의 꿈을 공식화했다.
28일 설을 맞아 부친 산소를 찾은 반 전 총장은 성묘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전 개헌 문제는 상당히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개헌에 반대하는 측이 문재인 전 대표와 더민주당 같다"며 "국민의 지지도가 65% 이상으로 훨씬 높아 민의에 따르는 게 정치 지도자의 책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충주의 노모 신현순(92) 여사에게 세배한 반 전 총장은 부인 유순택 여사, 친지 20여 명과 함께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부친 산소에서 성묘했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의 단독 오찬 회동과 관련해서는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힘을 합쳐서 우리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대원칙엔 손 의장도 동의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구상하는 집권 시나리오는 결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3지대론의 맥락에서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를 뺀 전 세력을 결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문(非文)·반문(反文) 세력을 아우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대선 전 개헌 카드가 비문·반문 세력을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구심점이 될지는 미지수다.
전날 손 의장은 반 전 총장과의 회동 직후 "보수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지금처럼 보수세력에 얹혀서 하려고 하면 곤란하다"고 밝혀 반 전 총장의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구상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연대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반 전 총장은 이와 함께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대선이 끝나면 양 진영이든지 후보를 지지하는 파 간에 분열이 있다. 아픈 마음을 다스릴 사이도 없이 금방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분열이 계속된다"며 "대선과 총선, 가능하면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러 국민 분열도 막고 막대한 재원도 절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대선 후 차기 총선과 대선을 같이 실시하는 데 있어 대통령 임기를 거기에 맞출 수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