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출신 여성이 동창생인 간호사 자격증을 위조해 30여년간 '가짜 간호사' 행세와 사기행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간호사 행세도 모자라 다른 간호사를 속여 수천만원의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행각까지 벌여 법원으로부터 실형이 선고됐다.
이날 청주지법은 사기와 위조공무서행사, 업무방해, 의료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모(56·여)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장씨의 혐의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의료법 위반. 그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청주의 한 병원에서 무자격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환자들에게 주사기로 약물을 투입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한 장씨가 버젓이 간호사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격증 위조와 병원의 허술한 채용시스템 때문. 장씨는 1980년 무렵 초교 동창생이 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는 소문을 듣고 집에 찾아가 몰래 면허증을 훔친 뒤 여기에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사진을 붙여 여러 장 복사해 면허증을 위조한 뒤
이를 이용해 1983년부터 서울과 경기 등지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고, 지난해는 청주의 한 병원에 간호사로 취업해 환자들을 돌본 것으로 전했다.
이 병원 인사 담당직원은 위조된 간호사 면허증 사본만 가지고 아무 의심없이 장씨를 채용했다.
장씨가 3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의료 관련 서적을 구해 독학으로 투약 등 의학적 전문지식을 쌓아 주변의 의심을 받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장씨는 2012년 1월 천안의 한 병원에서 취업한 뒤 여기서 4년 동안 간호사로도 일했다.
장씨의 가짜 행세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천안의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알게 된 간호사 A씨에게 "내 친구가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는데 그 친구를 통해서 정보를 얻어 내부자 거래를 하면 1년 뒤 큰 돈을 벌 수 있으니 투자하라"고 속여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모두 21차례 걸쳐 투자금 7690만원을 가로챘다.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알게된 A씨가 장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그의 가짜 간호사 신분도 결국 들통나게 된 것.
고금리 대출까지 받아 장씨에게 투자금을 건넨 A씨는 빚 독촉에 시달리며 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2002년에도 이 같은 사기수법으로 13억원을 가로채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한 전문 사기꾼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양형이유로 "유사한 수법의 사기 범행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