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항공사 무슬림 여직원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없애버릴 것”이라고 말한 남성이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NBC방송 등은 뉴욕 퀸스 지역 검찰이 히잡을 쓴 델타항공 계약직 여직원에게 막말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 승객 로빈 로즈(57)를 기소했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로즈는 증오 범죄, 습격, 감금, 협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로즈는 전날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2번 터미널 내 승객 휴게공간인 델타항공 스카이 라운지에서 사무실에 있던 여직원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그는 욕설과 함께 “당신 자? 기도해? 뭐 하고 있는 거야”라며 직원이 앉아 있던 의자 뒷부분을 쳤다.
“내가 당신을 화나게 한 일이 있느냐”고 묻는 직원에게 로즈는 “없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을 걷어찰 것”이라고 말한 뒤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직원이 사무실 구석으로 물러서며 도망치려 하자 로즈는 문을 발로 차고 다가가서는 그가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누군가 도와주려고 사무실로 오자 로즈는 문 밖으로 나갔다. 그는 라운지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가는 여직원을 다시 뒤쫓아가 무슬림이 기도하는 모습처럼 꿇어 앉혔다. 그러고는 비속어를 섞어 “이슬람, ISIS(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트럼프가 여기 있었으면 당신들 전부 없애버릴 것”이라고 소리쳤다.
로즈는 네덜란드령 아루바에서 출발해 거주지인 매사추세츠로 가는 연결편 항공기를 기다리다 소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체포된 뒤 경찰에 “그 사람의 등이 내 쪽을 향해 있었고 머리엔 뭔가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이번 사건은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피해자가 하청업체 직원이긴 하지만 우리는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브라운 검사는 “문명사회에서 편견과 증오는 설 자리가 없다”며 “미국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퀸스에선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무슬림 항공사 여직원에 "트럼프가 당신 없애버릴 것"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무슬림 여성에 "트럼프가 당신 없애버릴 것"
입력 2017-01-27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