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멕시코 제품에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백악관이 26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모임에서 해당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20% 관세 부과로 미국은 1년에 100억 달러(약 11조6700억원)를 거둘 수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을 밝히면서 멕시코에 그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관세 인상으로 사실상 강제 징수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2015년 멕시코의 미국 수출액은 3164억 달러(약 369조2388억원) 규모다. 트럼프는 이에 따른 자국 무역 적자가 600억 달러(약 700조2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고율관세는 멕시코산 제품 가격을 폭등시켜 미국 내 판매가 어려워지는 동시에 국내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멕시코와 무역 전쟁을 벌이다간 오히려 국제수지 악화로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파이서는 “상하원과 긴밀히 접촉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의 납세자를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미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대한 항의 표현이다. 니에토가 앞서 방미 일정 취소 가능성을 내비치자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멕시코가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방미 일정은 취소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의원모임에서도 “멕시코가 미국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지 더힐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국경 안보와 무역 문제로 미국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멕시코 정부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에 재앙이 되는, 매우 잘못된 협정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며 “누가 이 협정을 맺었는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와 니에토 대통령 간 정상회담 날짜를 다시 조정할 계획이다.
미국 국경 수비를 맡고 있는 국경순찰대장 마크 모건은 트럼프가 장벽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사직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건 대장은 사직을 선택했다고 한다.
모건은 FBI(연방수사국) 출신으로 한동안 내무부에서 국경순찰대의 전신인 부서를 맡았었다. 국경순찰대장 취임 후엔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는 노조과 수시로 대립했다. 순찰대 노조는 국경수리를 강화하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해왔다.
모건에 대한 경질은 트럼프 정부의 ‘물갈이 인사’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주요 기관장들이 트럼프 입맛에 맞는 인물로 줄줄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국무부는 무기규제 전문 외교관을 비롯한 여러 고위직 인사가 퇴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트럼프 “멕시코산 20% 관세로 국경장벽 건설”
입력 2017-01-27 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