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한복을 입은 이들이 북적거렸다. 설 명절을 앞두고 교회 어른인 이 권사에게 세배 드리러 온 교회 성도들이었다. 김미란(55) 권사, 엄순자(58) 집사, 김대욱(41) 이은향(39) 집사 부부와 세 자녀, 대학부 소속 박진하(21) 군이었다.
이들은 이 권사 앞에 한 줄로 서서 세배를 했다. 김 집사 자녀들인 주영(11) 주찬(8) 사라(5·여)도 부모를 따라 절했다. 주찬과 사라는 마냥 즐거워했다. 절하는 짧은 순간에도 장난스럽게 속닥거리다 부모가 일어나자 따라했다. 주찬이가 김 집사에게 흰색 봉투를 받아 이 권사에게 내밀었다. 세뱃돈이라고 했다.
보통 세뱃돈은 어른이 아이들에게 주는데 이날은 달랐다. 김 권사는 “우리 교회는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면서 오히려 세뱃돈을 드린다”며 “어르신들을 섬긴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순복음교회는 18년째 설 명절 때마다 교회의 어른이나 어려운 이웃어른들을 찾아 세배하고 세뱃돈을 드리고 있다. 성인과 청년, 청소년, 어린이 등이 한 조를 이뤄 75세 이상 어르신을 찾아뵌다. 어려운 이웃어른들은 주로 독거노인들이다. 교회는 평소 ‘홀몸일지’를 작성하며 독거노인들을 체계적으로 돌보고 있는데 명절 때는 세배도 드리는 것이다.
세뱃돈은 깨끗한 신권으로 5만원씩 준비한다. 이날 동행한 김기복(51) 전도사는 “조금이라도 더 정성을 들이기 위해 일부러 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꿔 드린다”며 “신권을 받으면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올해는 24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세배를 드렸다. 인천순복음교회 산하 19개 대교구와 행복하모니 성산하모니 검단하모니 인천하모니 영종국제하모니 등 지교회가 함께했다. 세배를 드린 어르신은 모두 967명이고 예산은 5000여만원이 들었다.
1983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지교회로 출발한 인천순복음교회는 효 운동으로 유명하다. 전통적 효를 하나님의 말씀과 접목, 효신학을 정립하고 다양한 효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한 설 세배 드리기 행사도 효 운동과 연결돼 있다. 어르신들을 섬기는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른 공경과 가족 사랑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김 전도사는 “세뱃돈은 원래 세배하는 사람이 세배를 받는 사람에게 드리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작은 일 같지만 이를 직접 실천하면서 효를 배우게 된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 참여한 김 집사는 “세뱃돈은 세배 받는 이에게 드린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쑥스럽기도 하고 같이 사시기도 해서 부모님에게 제대로 세배한 적이 없었다”며 “어제 이 행사에 참석한 뒤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정식으로 세배를 드렸다”고 했다.
김 집사 아이들은 세배하는 방법을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했다고 했다. 김 집사의 아내 이 집사는 “교회학교에서 배웠지만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해서 유튜브에 가서 세배하는 법을 찾아봤는데 그런 것도 있더라”며 웃었다. 교회는 교회학교 ‘예수님의 꿈나무’에서 세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 권사는 세뱃돈을 받고 덕담을 했다. “올해도 건강하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받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집에 과일밖에 없는데 애들이 오는 줄 알았으면 과자를 좀 사다 놓을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이 권사는 안방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빳빳한 1만원 신권을 아이들마다 손에 꼭 쥐어줬다. “이걸 다시 주면 어떻게 해요”라고 이 집사가 손사래를 치자 이 권사는 “우리 손자들 주려고 찾아놓은 거야. 그래도 내가 2만원 이익이지”라고 말했다. 다들 한 바탕 웃었다.
인천=전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