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도 명절 후유증 찾아올 수도

입력 2017-01-26 13:45

설 명절로 오랜만의 장거리 이동, 내 집이 아닌 곳에서의 육아, 조금은 긴장해야 할 친척들과의 만남 등도 끝났다. 진짜 휴식은 집에 돌아온 후부터라는 기대감도 잠시, 아이에게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의 몸살감기, 허리통증, 두통, 무력감 같은 명절증후군을 추스를 사이 없이 아이의 병치레는 또 시작된 것. 소아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아이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 발열,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이 시작되었다면

명절 동안 접촉하는 사람이 많고,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아이가 감기에 걸리는 것은 금방이다. 설 연휴 전부터 전국에 한파경보와 한파주의보가 있었던 터라 체온조절능력이 미숙한 어린 아이들은 한기(寒氣)에 노출될 일도 많았다. 명절을 잘 치렀다 해도 결국 집에 돌아온 날부터 아이 이마는 뜨끈뜨끈, 기침을 콜록거리고, 콧물을 훌쩍인다.

발열과 기침, 콧물로 시작되는 질환은 많다. 가장 흔한 감기부터 최근 부모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유행성 독감까지, 만약 재채기에 콧물, 코 막힘이 있다면 소아 비염일 수도, 미열과 콧물, 코 막힘이 심하다면 급성 부비동염일 수 있다.

서경석 아이조아한의원 원장은 “발열, 기침, 콧물 등 그 증상이 가볍고 아이가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 보충에 신경 쓴다. 초기 감기에 좋은 한방 감기약이나 배숙, 도라지차, 쌍화차, 모과차 등을 먹이면 좋다”고 말한다. 이때 집 안이 건조하지 않도록 습도는 50~60%로 맞춘다. 아이 체온이 38℃를 넘고 기침이나 콧물이 많으면서 힘들어한다면 진료를 받는다.

□ 복통, 배탈, 설사에 이어 입맛까지 잃었다면

설 동안 기름진 차례 음식을 계속 먹다보면 식체(食滯)나 배탈이 날 수 있다. 자칫 주방 위생과 개인위생에 소홀할 경우 겨울에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 장염에 감염될 수도 있다. 명절을 쇠는 동안 아이는 평소 먹는 대로 끼니를 챙겨줄 필요가 있다. 늘 먹던 시간에 따뜻한 국, 밥, 반찬 3~4가지 정도면 충분하다. 부침이나 전, 육류, 약과, 한과 등을 너무 많이 먹이지 않도록 하고, 음식이나 물은 충분히 끓이거나 데워서 준다.

명절 동안 복통, 배탈, 설사 등의 증상을 겪고 집에 돌아오면 그 후유증이 남아 여전히 증상에 시달리거나 입맛을 잃기도 한다. 아이가 노로바이러스 장염을 앓았다면 평소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병원 치료를 받는다. 소아 한방에서는 장염일 때 속이 냉한 아이와 장에 습열(濕熱)이 쌓인 아이에 따라 치료를 한다. 복부 뜸을 통해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면역력을 끌어올리고, 침 치료로 복통과 과도한 장운동을 진정시킨다.

한약으로는 복통과 장 속의 과도한 수분과 열을 가라앉히면서 구토, 설사 등으로 소진된 기력을 보강한다. 배앓이 후 입맛을 잃었다면 너무 억지로 먹이기보다 일단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서서히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간식이나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 원래의 식단으로 돌아간다.

□ 아이가 평소보다 많이 보채고 한밤중에 깨어 운다면

간혹 귀성과 귀경길에 가벼운 교통사고나 빙판길 접촉 사고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아이는 당연히 카시트에 앉혔겠지만, 교통사고의 순간 아이가 놀랐을 수도 있다. 보통 가벼운 교통사고를 겪으면 겉으로 드러난 외상이 없어도 다음날 목과 허리가 뻐근하면서 온몸이 욱신거리게 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놀란 데에다, 몸이 불편하고, 힘들고, 짜증이 난다. 의사 표현이 미숙한 아이들은 낮 동안 심하게 보채고 밤에는 깨어 우는 등 야제나 야경, 야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서 원장은 “가벼운 교통사고라도 2주간은 아이 상태를 면밀히 관찰한다. 의학적 소견으로 별 문제가 없는데도 경기, 야제, 야경, 야뇨 등이 있다면 아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노력과 함께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외부 충격으로 근육의 긴장이 더해지면서 생긴 어혈은 전신의 기혈순환을 방해해 아이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한의원에서 보험 적용으로 교통사고 치료 받을 수 있어

특히 한의원에서도 자동차보험 적용으로 자기 부담금 없이 교통사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경락의 순환을 돕는 침 치료, 늘어난 인대를 회복하고 강화시켜주는 뜸 치료, 어혈을 제거하고 연부조직의 재생을 돕는 부항 치료, 어혈을 풀어주면서 통증을 완화하고 심신 안정을 돕는 한약 등 다양한 한방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아이가 교통사고 후 야제나 야경, 야뇨 등을 겪는다면 한약으로 뭉친 어혈을 풀고 아이 심신을 안정시켜 증상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

아이의 명절 후유증은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수월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오래 가기도 한다. 발열, 기침, 콧물, 코 막힘, 발진, 구토, 설사 등 증상이 겉으로 드러난다면 질병을 짐작하고 치료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만약 아이가 명절 후 어리광이 많아지고 심하게 보채고 한밤에 깨어서 우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이 또한 명절 후유증으로 보고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써보자.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