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이지선 스토리 7] 극심한 수술고통…찬양으로 극복

입력 2017-01-29 07:01
지선아 사랑해’로 온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한 이지선씨가 한동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는 소식을 며칠전 전해드렸습니다. 이지선씨는 2002년 12월 국민일보 [나의 길 나의 신앙] 코너를 통해 소개하면서 화제를 얻었는데요. 당시 이지선씨가 우리 지면을 통해 전해준 감동 스토리를 다시 한 번 보시죠. 15년이 지났는데도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지선씨의 스토리는 여전히 감동스럽습니다.

[나의 길 나의 신앙] 교통사고 딛고 새인생 이지선씨 (7)

국민일보 | 2002.12.13

저는 계속 헛것을 보았습니다. 누워있는 그곳이 병원으로 제대로 보이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술을 하면 안 아프게 될 줄 알고, 또 수술을 하면 이제 중환자실을 나가게 될 줄 알고, 그렇게 기다리던 첫번째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수술은 타버린 피부와 죽은조직을 긁어내는 수술이었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뭔가 더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부모님은 수술실 앞에서 의사의 입으로부터 설사 살게 되더라도 사람 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손가락도 다 절단해야 한다는, 너무나 냉정한 현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기절했고, 저는 고통가운데 소리를 지르며 비린내가 진동하는 몸으로 수술실에서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죽은 조직을 걷어내니 치료는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매일 아침 제가 받아야 했던 화상치료는 감겨있는 붕대가 잘 떼어지도록 물로 적시고, 가위로 서걱서걱 잘라내고, 모든 상처부위를 소독 물로 씻어냅니다. 약이 잘 발라지도록 물기를 또 닦아냅니다.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그 위에 다시 약을 바르고 붕대를 다시 감는 것으로 치료가 끝이 납니다. 말은 이렇게 몇 줄의 설명으로 끝나지만, 피부의 55%가 없었던 그 당시 제가 느꼈던 고통은 아주 오랫동안 눈물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생각만으로도 모든 세포가 벌벌 떨리는, 그런 기억입니다. 그 곳은 정말 생지옥이었습니다. 어이없게 다친 사람들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르는, 실제로 마약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강한 진통제를 맞고도, 그냥 차라리 거기서 딱 미쳐버렸으면,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렸으면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나 돼지의 마음이 이럴 꺼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철저히 혼자가 되는 시간마다 저를 지켜준 것은 찬양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죽어야 했지만 그 죽음과 같은 시간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며 끊임없이 찬양을 들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찬양 속엔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생명의 힘이 있었습니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 놀라지 말라”.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그곳에서 저는 단 한번도 소리 질러 본 적이 없습니다. 치료를 하던 치료사들이 “지선이가 베스트”라며 칭찬을 할 정도로 저는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발가벗겨져, 피부도 없이 그곳에 누워, 소리마저 질러버린다면 정말 저조차도 제 자신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저는 매일 치료 받는 동안 기도했습니다. 

“지금 하는 치료가 감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소독일 뿐이지만, 나아만 장군이 요단강에 믿음으로 몸을 담구었던 것처럼, 이것이 헛되지 않게 하시고, 저를 하나님께서 치료하시옵소서”.


아팠던 이야기를 하자면 이 지면을 다 써도 다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 모든 고통은 하나님만 기억하시길 원합니다. 그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뿌려졌던 눈물과 피와 고통의 기억들은 나를 구원하실 여호와 하나님만 기억하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다만 제가 경험했던 그 곳은 ‘끝이 있는 지옥’이었음을 기억하길 원합니다. 끝이 있는 지옥은 차라리 축복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삶이 끝나 천국에 갈 때에 아직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영혼들이 떨어지게 될 그곳은 ‘끝이 없는 고통의 지옥’이라는 것을 더욱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하기 원합니다.

또한 잊을 수 없는 것은 매일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한걸음에 달려오시는 김순호 목사님의 사랑이었습니다. 밤새 헛것을 보고, 1시간 조차 잠들지 못한 제게 목사님은 아침마다 시편의 말씀을 읽어주셨습니다. 그것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퍼지는 하나님의 음성이었고 위로였고 선포였습니다.

정리=김병철기자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