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재능기부센터 하상용(55·사진) 대표는 26일 “대기업의 거센 자본 공세에 밀려 사업적 좌절을 겪었던 2012년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동안 잘 나가던 매장들을 정리하고 아무 재산도 남은 게 없었을 때 위축되고 몹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직하게 사업을 추진해온 수완과 끈끈한 인맥을 살려보자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각자 가진 재능을 발휘하도록 기획하고 앞장서 참여하면 뭔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신명나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비로소 솟구쳤다고 할까요”
하 대표는 “수년전까지는 재능기부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며 “모두가 이익을 얻고 만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센터의 설립동기를 밝혔다.
“오래된 식탁을 버리려면 폐기물 처리비가 드는데 그게 없어서 밥을 바닥에서 먹어야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지 않겠습니까. 서로가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공유문화의 확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대세입니다”
하 대표는 “순수한 민간 후원으로 그동안 센터 운영을 고집하고 지자체 등의 공모사업 참여를 최대한 자제한 것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많은 분들이 벤치마킹을 한다고 앞 다퉈 찾아와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자녀들이 자꾸 밖으로 나돌거나 가출해 문제아가 되기 십상입니다. 한 달에 빈곤계층 자녀 2명씩을 선정해 ‘행복한 목수 봉사단’과 ‘사랑의 공부방 꾸미기’ 사업을 하는 것은 세상에서 고립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는 “센터운영의 금전적 어려움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후원금은 한 푼도 떼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기부금법에 의하면 기부 받은 돈의 15%는 관리비로 합법적 사용이 가능하지만 후원자들의 성의를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업이나 지자체가 도와주면 몰라도 민간인들끼리 과연 센터를 운영할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제가 먼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고 다른 사람이 본받아 비슷한 시도를 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용기를 낸 겁니다.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마트를 운영하면서 익힌 실전 마케팅 기법과 기업경영 경험을 살려 지난해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의 창업을 돕는 ‘광주창업지원네트워크’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극한의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나눔의 현장에는 더 열심히 참여합니다. 기부·봉사·공유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 곳곳으로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연말연시에만 집중되는 일회성 기부문화도 올해는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가게 광주전남 공동대표를 지낸 하 대표는 “올해는 500명을 목표로 신규 후원·물품·재능 기부회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재능기부센터가 다른 도시에도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