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대의 화제는 두 얼굴의 최순실(61·구속)씨였습니다. 지난해 10월 31일 검찰에 처음 출두했을 때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던 그가 오늘 특별검사팀에 강제 소환되자 “너무 억울하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고성을 지르는 등 돌변했습니다. ‘권력서열 1위’에 있으면서 럭셔리한 생활을 하다 차디찬 감방의 수감자로 전락하자 그간 쌓여있던 ‘울분’을 터트린 모양입니다. 공식 수사 36일째(1월 25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 최순실의 적반하장… 고함, 당당, 분노=특검팀은 23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최씨 체포영장(이화여대 업무방해 혐의)을 오늘 집행했습니다. 수사팀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가서 최씨를 강제 구인했습니다. 오전 10시10분쯤 구치소를 출발해 오전 11시1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취재진은 그간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던 최씨의 모습을 떠올렸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180도 달라졌습니다. 호송차에서 내린 최씨는 몇 발자국 떼자마자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작심한 듯 기자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국에 생중계되는데도 말이죠. 100여명의 취재진이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호송차에서 주차장 안쪽의 엘리베이터로 갈 때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얼마나 고함을 쳤던지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60대 여성 미화원이 “염병하네”라고 한마디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육성을 들어보죠.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그러고. 이 땅에서 죄를 짓고 살겠다고…,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이것은 너무 억울해요. 우리 애들까지 다,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큰소리치는 최씨를 교도관들이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태운 뒤에야 조용해졌습니다.
# 특검팀 조사에는 비협조=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특검팀 조사실로 올라가서는 아예 입도 뻥끗 안 했다고 합니다. 최씨는 오전에 변호인과 면담한 뒤 오후 2시부터 변호인 입회 하에 영상녹화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에는 비협조적인 모양입니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오후 2시30분) 내용을 들어보죠.
“최순실은 2016년 12월 24일 조사 당시 강압수사 있었다고 말했고, 오늘 특검 출석하면서는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한 바 위와 같은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특검은 최순실의 근거없는 주장에 개의치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예정입니다.”
Q. 최순실 처음 출석했을 때랑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 다들 놀랐는데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특검은 어떻게 해석하나.
A. 지금까지 최순실의 행동을 보게 되면, 근거없는 트집 잡아서 특검 수사의 흠집을 내고자 하는 의도로 본다.
Q. 손자까지 멸망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수사팀에서 말한 바 있나.
A. 그런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Q. 최순실이 지난번에 특검에서의 묵비권 얘기 나왔는데 실제 묵비권 행사하고 있나.
A. 오늘 오전에 출석해서는 변호사와 면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 조사는 오전에 안 이뤄졌다. 오후부터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하기로 돼 있어서 현재 묵비권 행사하는지는 모른다.
Q. 묵비권을 행사하게 되면 48시간 말을 안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체포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인지.
A. 최순실에 대해서는 앞으로 48시간 조사를 하게 된다.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그대로 조서를 작성하면 된다. 조사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Q. 최순실 들어오면서 고성을 질렀는데 특검 사무실에 들어가서도 어떤 말을 했나. 검사들을 향해 발언을 했다든지.
A. 특별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Q. 최순실 (점심 때) 뭐 먹었나.
A. 확인 못했다.
Q. 최순실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 검토한다고 했는데.
A. 이미 구속된 피의자이기 때문에 체포영장과 연계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 김경숙 부부 동시 조사=이화여대 학사농단과 관련해 특검팀은 구속수감 중인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의 남편인 김천제 건국대 축산식품공학과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그는 오후 2시 소환됐는데 20분 전인 오후 1시40분 출석했습니다.
그는 부인인 김 전 학장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지난해 4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에 위촉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최순실을 언제부터 알고 지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특검팀은 그를 상대로 최씨와의 관계 및 부인의 입시부정 관여 사실 인지 여부 등을 캐물었습니다. 특검팀은 부인인 김 전 학장도 오후에 소환했습니다. 부부가 동시에 조사를 받은 것이죠.
# 최경희 영장은 기각=정유라씨에 대한 특혜를 지시 또는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25일 새벽 법원에 의해 기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입학전형과 학사관리에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구속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Q. 최경희 영장기각은 어떤 부분 부족해서인가.
A. 현재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향후 보강 수사 이후에 영장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Q. 다음주 (이대 비리 관련자) 일괄기소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A. 이대 입시비리와 관련해서는 모든 관련자 조사한 이후에 최종적으로 최경희 영장재청구 여부 결정할 것이다. 나머지 관련자들도 처리할 것이다.
이대 비리 수사는 사실상 종결 국면입니다. 담당수사팀은 ‘비선 진료’ 의혹 수사에 합류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이 출국금지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국민일보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이 지난 23일 미국으로 해외출장을 가려다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제지당했다고 합니다. 차병원그룹 소속 차움의원은 최순실씨 단골 병원으로 비선 진료 의혹의 중심에 있는 곳입니다.
# 대통령 대면조사 조율 중=특검팀은 청와대 측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조율 중입니다. 시기와 장소 등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죠. 이규철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을 들어보죠.
Q. 대통령 측과 대면조사 일정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어느 정도 진척됐나.
A.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서는 현재 특검에서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 공식적으로 발표할 사정이 생기면 그때 가서 말씀드리겠다.
Q. 대통령 2월 초 대면조사 예정이 특별히 변동된 게 있나.
A. 특검에서는 늦어도 2월 초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변동이 없다.
Q. 대면조사 전에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나. 법리 검토 끝났다고 했는데 강제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건가.
A. 원론적으로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은 필요하다는 점과 가능하면 2월 초까지 마무리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동이 없다. 법리검토 관련해 강제수사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최종적으로 압수수색이 실시될 때까지 여러 가지 검토를 해서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압수수색이 되도록 하겠다.
Q. 시간이 많이 흘러 청와대 증거인멸 지적 나오는데 강제수사 과정에서 확인이 가능한가.
A. 압수수색할 경우에는 당연히 증거인멸 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만약 흔적이 있다면 처벌도 가능한 것으로 안다.
# 삼성 보강수사는 어떻게… 문화계 블랙리스트는=특검팀은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오늘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보강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의 상황을 캐묻기 위해서입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팀은 오후 2시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 대사)을 다시 소환했습니다. 모 전 수석은 청와대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구속 이후 네 번째 소환돼 또다시 조사를 받았습니다. 구속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도 다시 불렀습니다. 내일 오후 2시에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재직 2015년 7월∼2016년 6월)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합니다. 현 전 수석은 해운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1일 구속된 바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