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목사 사연 다룬 "흘려 보내야 산다" 다큐 화제 [영상]

입력 2017-01-25 17:46 수정 2017-01-26 08:45

경상남도 통영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배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섬 죽도. 이 섬에 살고 있는 전체인구는 약 60여명이다. 거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로 이루어진 외로운 섬, 그곳에 바다를 품고 서있는 십자가 철탑, 이곳 유일의 ‘죽도교회’다.

죽도교회를 시무하고 있는 한광열(55)목사와 구영선(55)사모는 이 섬에서 16년째 사역을 감당해오고 있다. 섬 목회를 하는 것만으로도 외롭고 고달픈 한 목사 부부에게는 악성 간질을 앓고 있는 딸 한축복(30)양이 있다. 생후 18개월에 느닷없이 찾아온 간질로 인해 축복양은 하루에도 스무 번 이상 발작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한 목사 부부는 30여 년 동안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자본적이 없다.



성도라고 해봐야 할머니 8명이 전부인 죽도교회에서 오랜 기간 신앙의 열매는 맺어지지 않고, 교회 앞에서 벌어지는 ‘굿’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딸과 함께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목사 부부 앞에 어느 날 한명의 선교사가 등장한다.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풍족함과 안락함을 누렸던 박문규(71)선교사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한 목사 부부 앞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다큐멘터리로 화제를 모았던 김광진(46)감독이 연출한 ‘흘려보내야 산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목사들의 사연과 지친 그들을 돕기 위해 함께 삶을 살아내는 무명의 헌신 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 땅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는 이들의 스토리다. 소외된 곳 가난한 곳 아픔이 있는 그곳에 교회가 세워졌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개척교회.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형제 된 교회의 아픔을 가슴으로 안은 믿음의 사람들에 관한 감동스토리는 세상의 화려함과 닮아버린 교회를 향해 우리의 시선을 다시금 주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인도한다.

김 감독은 “개척은 했지만 성도들도 모이지 않고 무엇보다 생계가 막막한 목사님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이런 환경에 처한 사모님들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면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시청자들이 우리가 말씀과 삶을 일치해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 삶에 들어가 같이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복되고 기쁜 일인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는 한 목사 부부 외에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박기남(54·베데스다교회)목사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와 지체 장애 자매들과 살아가고 있는 사연도 담고 있다. 또한 형편이 어렵고 외로운 개척교회를 찾아다니며 설교와 성도를 파송하며 돕고 있는 박보영(65·인천 방주교회) 목사의 이야기도 다뤘다.



박 목사는 잘 나가는 의사에서 노숙자와 버림받은 아이들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가 시무하는 인천 방주교회는 2016년부터 두 달에 한 번씩 교회 문을 닫고 전 교인을 각 지역의 가난한 개척교회로 보내는 일을 진행해 해오고 있다.

박 목사는 “개척교회 시절, 버려진 아이들과 노숙자들 밖에 설교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 시절 교인이 없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몸이 아픈 것이 얼마나 괴롭고 쓸쓸한 것인지, 가난하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내게 가르쳐 주셨다”면서 “이 시대, 한국 교회의 강도 만난자의 이웃은 바로 개척교회다. 그래서 개척교회에 교인들을 보내는 운동을 하게 됐다. 교회가 교회를 살리는 것은 교회가 받은 은혜 자원들을 어려운 교회들에게 흘려보낼 때 나도 살고 그 교회도 살고 함께 살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흘려보내야 산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힘든 개척교회 생활고로 인해 우울증으로 무려 10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어느 목사님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뤄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일부 교회들이 주변의 개척교회를 돕는 작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흘려보내야 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송채환(48)집사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에게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그들을 도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일 것이다”면서 “이 다큐를 통해 우리가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기쁨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교회가 가난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작은 교회의 목사들은 무시당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나의 작은 부분을 떼어서 섬기고 나눠줄 때 누군가는 그 일로 인해 딛고 일어서고 살 수 있다”면서 “한번 그렇게 일어선 교회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교회를 돕고 계속해서 그 은혜가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작은 교회들과 함께 주님나라를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흘려보내야 산다’ 다큐멘터리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으며 오는 28(토) 오후 10시, 30일(월) 오후 7시 CTS 기독교 채널을 통해서도 방송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