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이 올 시즌 23승 1패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며 통합 5연패를 코앞에 두고 있다. 25일 현재 매직넘버는 ‘1’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통합 4연패로 신(新) 왕조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프로 4대 스포츠에서 유일하게 통합 6연패 위업(2007~2012년)을 달성했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맞붙는다면 어느 팀이 우세할지 궁금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독보적 강자 우리은행…강한 체력과 기본기가 원동력
24경기를 치른 우리은행은 지난해 자신들이 세운 최소 경기 우승 확정 기록(28경기)을 한 시즌 만에 갈아 치울 모양새다. 2008-2009시즌 40경기 체제에서 37승 3패로 역대 최고 전력과 승률(0.925)을 자랑했던 신한은행마저도 넘본다. 우리은행이 33승 2패(승률 0.943)로 정규시즌을 마치면 기록을 깬다.
이런 우리은행도 2012년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칠 정도의 약팀이었다. 2012-2013시즌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의 합류로 단숨에 최강자로 거듭났다. 특히 위 감독과 전 코치는 신한은행의 6연패 시절 코치와 플레잉 코치로 활약했던 터라 풍부한 ‘우승 DNA'를 갖고 있었다.
농구계 관계자들은 우리은행 코칭스태프들의 지도력을 강팀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위 감독은 부임 후 가장 먼저 선수들의 패배의식 지우기에 나섰다. 농구기술 보단 체력과 수비, 기본기 등을 강조했다. 체력과 기본기가 돼야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위 감독의 지론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 선수들은 조직력을 앞세운 탄탄한 지역방어와 압박 수비로 상대팀 실점을 최소화했다.
정은순 KBSN 해설위원은 “코칭스태프 세 명이 코트에 들어서면 선수들이 꾀를 피울 틈이 없다고 한다. 선수를 다루는 힘이 우리은행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농구인들 “그래도 레알 신한 우세” 한목소리
그렇다면 현 최강팀 우리은행과 과거 왕조를 세웠던 신한은행이 맞붙으면 어떨까. 당시 신한은행은 스타플레이어 전주원 정선민 하은주 등이 중심을 잡았다. 여기에 최윤아 김단비 강영숙 김연주 이연화 등 초호화 군단을 꾸렸다. 스쿼드 수준이 프로축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강팀 레알 마드리드와 유사하다고 해서 ‘레알 신한’으로 불렸다. 신한은행의 6연패 중 첫 해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선수도 없었다.
농구계 관계자들은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대부분 신한은행의 우세를 점쳤다. 정 위원은 “신한은행은 슈터들이 외곽에서 슛 기회만 보면 될 정도로 멤버가 좋았다. 정신력과 개인 능력, 선천적인 농구센스 등이 지금의 우리은행보다 한수 위”라고 말했다. 또 “변연하 박정은 등 각 팀에 슈퍼스타들이 많았던 시대다. 신한은행은 그 와중에 6연패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하향평준화된 현 리그와 달리 수준이 높았던 때에 6연패한 것은 대단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팔이 안으로 굽을 법한 위 감독은 심지어 “(우리은행이) 외국인 용병이 있어도 신한은행이 앞선다”고 단언했다. 위 감독은 “각 포지션별 최강자들만 모아놓은 곳이 당시 신한은행이었다”며 “매년 성장하는 우리은행 선수들이 앞으로 신한왕조의 아성을 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왕조 시절 선수로 뛰었던 전 코치는 “신한은행은 주변에서 ‘사기 캐릭(말도 안되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이 많았다고 할 정도였다. 국내선수 전력은 신한은행이 앞선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은행의) 외국인 선수가 가세하면 두 팀 전력이 엇비슷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현역 선수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KDB생명 가드 이경은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왕조와 모두 맞붙어 본 몇 안 되는 현역 선수다. 이경은은 “신한은행은 1대 1 능력이 모두 좋았고, 이기려고 발악해도 안 될 정도의 넘사벽”이라며 “우리은행은 승부처에서는 잘 하지만 해볼만 하단 생각이 드는 팀”이라고 레알 신한의 손을 들어줬다. 2007년 입단, 신한 왕조와 함께했던 김단비(신한은행)도 “우리은행이 강하긴 하지만 전성기 신한은행의 조직력이 한수 위”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