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 ‘유도소년’이 일본 버전으로 공연된다.
일본의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는 2월 9~21일 도쿄의 자 스즈나리, 24~26일 오사카의 ABC홀에서 ‘유도소년’을 리메이크해 무대에 올린다. 일본 극단 카키쿠우캬쿠를 이끄는 극작가 겸 연출가 나카야시키 노리히토가 각색 및 연출을 맡았으며,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그룹 D-보이스의 미야자키 슈토, 아라이 아츠시, 미츠야 료, 이케오카 료스케 외에 사쿠라이 미나미, 코바야시 마사히로가 출연한다. 드라마, 영화, 무대를 오가며 활동하는 이들 배우들은 일본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2014년 초연된 ‘유도소년’은 1997년을 배경으로 유도, 복싱,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청소년들을 그렸다. 슬럼프에 빠진 전북체고 유도부 주장 경찬이 엉뚱한 일에 휘말려 서울에서 열리는 고교전국체전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의 하나로 선보여 큰 인기를 모은 뒤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올해는 3월 4일~5월 14일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등을 연출한 박경찬이 뮤지컬 ‘머더발라드’ ‘베어 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와 연극 ‘극적인 하룻밤’ 등을 연출한 이재준과 함께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박경찬과 이재준이 공동으로 대본을 썼고, 이재준이 연출을 맡았다.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는 TV 드라마 제작과 배우 매니지먼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소속 배우들을 기용하는 공연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지난 2013년 한국 창작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를 일본 버전으로 만들기도 했다. 당시에도 나카야시키 노리히토가 각색 및 연출을 맡았으며, D-보이스의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다.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는 한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발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저작권비 등을 비롯한 제작비를 절약함으로써 수익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유도소년’ 역시 서울에서 초연 공연을 보고 발빠르게 바로 라이선스 계약에 나섰다.
한국 ‘유도소년’의 연출가 이재준은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는 기본적으로 유도가 일본의 국기(國技)로 불릴 만큼 친숙한데다 ‘유도소년’의 만화같은 요소가 일본 관객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일본 정서에 맞게 각색이나 연출이 가미된다고 들었는데,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재준은 25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자신이 지난해 연출한 연극 ‘제주일기’가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공연되는 등 올초 일본과 인연이 많다.
한편 최근 일본에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호리프로가 이강백의 ‘북어대가리’의 리메이크 공연을 올리는 등 상업 프로덕션에서 한국 연극에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교류 차원에서 한국 연극을 선보이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 성공한 작품의 경우 일본에서도 상업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