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당대 현실 폭로한 올랭피아의 시선… ‘더러운 잠’은?

입력 2017-01-25 00:03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불거지는 여성 혐오’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번엔 국회에 걸린 풍자 그림입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이 작품은 벌거벗은 채 자고 있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미용 주사 등을 맞고 잠에 빠졌다는 루머를 표현했지만, 이 그림이 불편한 것은 박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국회 의원회관 1층에선 지난 2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soon bye)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시회에서 등장한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24일 알려지면서 인터넷이 시끄럽습니다. 정치 풍자를 넘어 여성 혐오 작품이라는 비난이 거셉니다.


‘더러운 잠’은 누가봐도 마네의 ‘올랭피아’를 떠올리게 합니다. ‘올랭피아’는 어떤 작품일까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매춘부. 그 도발적인 시선으로 프랑스 파리에 팽배했던 매춘부 문화를 폭로한 그림이죠. ‘올랭피아’가 누드화 이상의 평가를 받은 이유는 바로 이 시선 때문입니다.


반면 ‘더러운 잠’ 속에 박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점을 지적하며 “‘올랭피아’와 박 대통령의 공통점은 여성이라는 사실 뿐”이라고 말합니다. ‘올랭피아’에 담긴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여성성만 부각해 풍자했다는 주장입니다. 한 네티즌은 “‘올랭피아’의 주제와 박근혜·최순실의 잘못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여성 얼굴에 나체를 합성한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법적 조치를 취한 여성 연예인들도 이슈가 되곤 한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저 그림은 풍자인가 단순한 수치심 주기인가. 잘못을 했으니 당해도 싸다는 말과 함께 여성성을 내리까는 행위는 풍자가 아니다. 저 그림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비하당한 대상이 아니라 일반 여성들이다”라고 적었습니다.

결국 국회 사무처는 ‘더러운 잠’의 전시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밝혔죠. 이에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풍자는 풍자일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해 DJ DOC의 시국 가요 ‘수취인불명’을 둘러싼 논쟁이 떠오릅니다. DJ DOC는 ‘잘 가요 미스 박 쎄뇨리땅’ 등의 가사가 여성 혐오적이라는 항의를 받자 촛불집회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여성단체들은 ‘미스 박’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을 하대하는 말이라고 주장했지만 “여성이라 ‘미스’라고 했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올랭피아’는 자신의 몸이 아닌 본질을 보라고 말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여성이 아닌 대통령을 보라”고 꼬집는 풍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