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받아선 안 된다” 반기문 기독이슈 논란

입력 2017-01-24 17:12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4일 한국교회 연합기관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 소수자(동성애자)도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없애고 싶다”며 꺼낸 말이었으나 한국교회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는 ‘차별금지법’과 같은 취지의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계에선 동성애 차별 반대 논리가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도덕적 비판까지 금지하고 있다며 반대해왔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등을 차례로 방문한 자리에서 동성애와 목회자 과세 등 교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사무총장은 유엔에서 임기 내내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헌신했다. 2010년 각국에 ‘동성애자 차별법 철폐’를 촉구했고 미국의 동성애 인권단체 ‘하비 밀크 재단’으로부터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애쓴 공로로 메달을 받기도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동성애와 관련, “만국인권선언에도 인종 종교 성별 국가로 인해 사람이 차별 받으면 안 된다고 돼 있다”며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의 인권, 인격이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가위원회법에도 소수 성(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은 금지한다고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사무총장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관련 있다에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신천지 관련단체인 세계여성평화그룹은 지난해 12월 10일 유튜브에 반 전 총장 및 부인 유순택 여사와 이 그룹 대표가 악수하는 장면을 올렸다.

반 전 총장은 “해명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 뒤 “기러기가 날아가다 (똥을) 싸 머리에 맞은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3월 8일에 열리는 세계 여성의 날 행사 때 많은 이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다. 수만 장은 찍었을 것”이라며 “그들 중 하나였다. 얼굴도 기억 안 나고 언론을 통해 그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정통 교회들은 한국에 도움을 주지만 이단들은 피해를 준다”며 “혹시나 그런 오해를 받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했다.

목회자 과세와 관련한 질문도 나왔지만 반 전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정 대표회장이 “신앙인들이 세금 낼 거 다 내고 헌금한 것인데 거기에 또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안 맞는다”고 하자, “잘은 모르지만 세금 낸 후 헌금한 거니까, 일리가 있는 것 같다”고만 했다.

이용규 전 한기총 대표회장은 “우리나라 교과서는 다른 종교, 심지어 ‘정감록’에 대해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데 기독교에 대해서는 서너 줄이 전부”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연합기관 대표들은 반 전 사무총장에게 갈등의 치유와 화해 등을 주문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화해와 일치를 위해 일해 달라”면서 “온 국민을 품에 안고 모든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주자로 세워 달라”고 기도했다. 김영주 총무는 “10년간 귀중한 일을 맡아 한국인들에게 명예가 됐다”며 “그 명예가 잘 성숙돼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우리 국민들이 건전한 시민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서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전병선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