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기반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가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북미 등에서 처음 출시하고 반년 지나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탓에 “철지난 게임”이라는 냉소도 있지만, 집 직장 학교 병원 공원 등 익숙한 장소에서 포켓몬 캐릭터를 만난 사람들의 기대감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타임라인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미국 나이앤틱은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적인 한국 출시를 선언했습니다. 포켓몬고는 우리 정부의 지도반출 규제로 제한적인 기능만 구현한 구글 맵과 호환할 수 없어 사실상 서비스되지 않았습니다. 지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강원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었죠. 이로 인해 속초 여행 붐까지 일었습니다.
지난해 7월 북미 유럽 동남에서 처음 출시됐습니다. 게임에 몰두해 넘어지거나 추락하고, 이웃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싸우고,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는 중요 지점을 노려 범죄에 악용하는 등 포켓몬고는 출시와 동시에 온갖 사건 사고 해프닝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덕에 연일 해외 토픽을 장식했습니다. ‘포켓몬고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발매 첫 5개월 동안 매출액은 세계적으로 7억8800만 달러(약 9470억원)라고 합니다.
오늘부터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포켓몬고 애플리케이션은 오전부터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왔습니다. 오후 3시 현재 앱스토어 기준으로 무료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순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이폰에서 애플리케이션 용량은 고작 228메가바이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다운로드를 완료할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포켓몬고는 다운로드는 물론 플레이까지 무료입니다. 한국어가 지원되고 조작 방법이 간단합니다. 논쟁에 휘말렸던 지도 서비스 역시 다른 국가들과 같은 수준으로 제공됩니다. 누구든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화면에 얼굴을 파묻고 즐겼던 기존의 게임과 다르게 걷고 뛰고 움직이면서 즐기는 방식이 생소합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타임라인은 포켓몬고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옆집이 체육관인데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고민 중이다” “사무실 내 자리에 나타난 파이리를 실장님이 잡으려 한다” “우리 집이 포케스탑이어서 몬스터볼을 무한정 수급하고 있다” “거리에서 피카츄를 잡았다는 한 남자의 고함에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는 식이죠.
이용자들은 주변에서 잡은 포켓몬을 인증하고, 포켓스탑(아이템 획득 지점)이나 체육관(이용자 교류 지점) 방문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2번지(여의공원로 101) 국민일보 본사 역시 포켓스탑입니다. 포켓몬의 주인공 캐릭터인 피카츄 포획 인증은 많은 추천을 받고 재배포되고 있습니다.
호기심은 자극했지만 롱런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포켓몬고의 흥행 전망을 놓고 냉소어린 시각도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게임 강국 한국은 미국 일본 유럽 중국 개발사들이 가장 먼저 소프트웨어를 출시해 게임성과 상품성을 시험하는 주요 상권입니다.
첫 출시로부터 반년이나 늦게 출시한 게임은 한국 이용자들에게 식상할 수도 있습니다. “유행 지난 이월상품” “결국 과금만 유도할 철지난 게임”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