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다면’ ‘미국과 중국이 경제 및 군사적으로 대립한다면’ ‘국제유가가 급락한다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올해 국제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블랙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을 일이 발생해 극심한 충격을 주는 것)’의 사례다. 지난해 발생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등이 대표적인 블랙스완이다.
23일 국제금융센터는 ‘2017년 글로벌 돌발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리스크 9가지를 꼽았다.
미 연준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시장은 연내 2회 정도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면 3회 이상의 금리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 모건스탠리는 시장 기대를 넘는 3~4회 금리인상시 신흥국 불안이 재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회 이상 금리 인상을 할 경우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1300조를 넘긴 가계부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일본·영국의 통화긴축도 있다. 올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CB는 오는 4월 자산매입 규모를 월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하고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도한 통화약세, 인플레이션 확대 등으로 테이퍼링을 넘어 금리인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오는 4월 23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도 주요 요소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르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르펜은 현재 24~2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선에서 과반 당선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치르는 프랑스기 때문에 결국엔 낙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르펜은 유로화 탈퇴, 옛 유럽통화단위(ECU) 체제 복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경제부진 장기화에 따른 상황에서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브렉시트에 이어 프랑스마저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경우 유로존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위안화 자유변동환율제(Clean Float)도 리스크의 하나다. 중국은 외환보유액보다 환율 방어에 치중해 지난해 6.5% 위안화 절하에 이어 올해도 5% 내외의 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절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할 경우 급격한 절하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위안화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맡기는 자유변동환율제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및 군사적으로 대립하며 갈등을 이어가는 것도 상상가능한 시나리오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대중 관세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 불공정행위 제소 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최근 들어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고, 대만정부와도 접촉하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과 갈등을 빚을 경우 미국의 손해도 크기 때문에 유세기간보다는 약한 수준의 대중 경제압박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정권초기 강경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도 오는 가을 공산당당대회를 앞두고 강한 리더십을 드러내기 위해 무역보복 등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약속이 끝난 뒤 국제유가가 예상을 벗어나 급락할 소지도 잠재돼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지난해 11월말 감산에 합의해 올해 1월부터 시행중이다. 글로벌 수요회복과 함께 완만한 상승세가 전망되지만 감산 약속이 끝나는 6개월 뒤 산유국 증산, 셰일오일 공급 증가, 달러 강세 등으로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사도발을 벌이면 유럽 중심국의 정치불안이 발생한다.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발틱 3국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대유럽 가스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
지난해 3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지난 1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 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할 경우 북한의 도발이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국가(IS) 등의 서방국가의 정치불안을 틈타 대형테러를 벌일 위험이 있다. 최근 2년간 IS 거점이 위축되는 등 보복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유럽내 선거 등이 예정돼 있다. 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IS 극단주의자들이 유럽에서 추가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대부분의 리스크들이 현실화됐을 때 단기·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미국·중국과 관련된 리스크들은 국제금융시장 및 세계경제에 중장기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스크 대부분이 정치적 요인에 좌우되고 있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국내상황과 국제관계 변화에 적극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중국 위안화, 미·중대립, 북한 위험 등에 대한 사전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올해 글로벌 경제의 9가지 ‘블랙스완’
입력 2017-01-23 22:14 수정 2017-01-23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