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희 교수와 최순실… 인연 시작은 경복초 학부모 모임

입력 2017-01-23 16:28
장시호, 김종, 최순실에 대한 공판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최순실(오른쪽)씨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그림자 대통령’ 최순실(60)씨와 연결시켜준 인물은 순천향대 교수 하정희(39)씨였다. 

김 전 2차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하 교수를 통해 최씨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하 교수는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다닌 서울 경복초등학교 어머니회 회장·부회장을 지냈다. 최씨 역시 딸이 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어머니회장을 맡았었다. 

두 사람은 학부모회장단 모임에서 알게 된 뒤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는 등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교수였던 김 전 차관은 이들의 연줄을 잡고 등용된 이후 최씨 일가의 각종 사익 추구를 도왔으며, 하씨의 교수 임용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9∼10월쯤 하씨에게 “인재가 있으면 천거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문체부 2차관 자리가 공석인 때였다. 

하씨는 체육학계 선배이자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으로 있던 김 전 차관을 추천했고, 10월 25일 김 전 차관 내정 발표가 났다. 김기춘(77)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김 전 차관을 불러 면접을 봤다고 한다.



검찰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김 전 차관의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본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은 최씨가 고위관료 인사안을 받아보면서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에 특히 영향을 미쳤던 시기였다.

당시 최씨는 김 전 차관을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 채 추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씨의 주선에 따른 두 사람의 첫 대면은 그해 12월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최씨의 영향력을 배경으로 현 정부 장·차관 중 최장기인 3년간 직을 유지했다. 

하씨가 권력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도 여럿 있다. 무용을 전공한 하씨는 체육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재직한 한양대에서 2014년과 지난해 2학기 ‘스포츠산업사’ 시간강사로 일했으며, 지난해 7월 스포츠토토에 특별 채용되기도 했다. 올 8월에는 순천향대 향설나눔대학 전임교수로 임명됐다. 순천향대 측은 “4단계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쳤으며, 외부인사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승훈 지호일 나성원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