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 씨(56)는 최근 왼쪽 얼굴이 잘 움직이지 않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잦은 술자리로 건강이 염려되던 와중에, 갑자기 안면마비가 시작되자 당황하며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안면신경마비, 즉 구안와사였다. 지체하지 않고 초기에 빨리 병원에서 치료받은 덕분에 후유증 없이 완치됐다. A 씨는 “얼굴이 얼얼해지면서 뻣뻣하게 굳어 많이 놀랐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흔히 안면마비라 부르는 질환의 정확한 병명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다.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안면마비’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안면 근육을 담당하는 제7번 뇌신경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신경이 손상되면서 근육운동과 감각을 느끼는 데 문제가 발생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구안와사(口眼喎斜)라고 부른다.
안면신경마비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단아안한의원의 관계자는 “안면신경마비의 대표적인 증상이 입꼬리와 눈 주변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을 때, 입꼬리가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거나, 유독 쳐졌다면 안면신경마비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조증상은 안면마비와 함께 눈가나 입가가 잘게 떨리고, 귀 뒤가 심하게 아프거나 얼굴이 뻣뻣한 느낌, 얼얼한 느낌 등이 있다. 증상이 더 진행되면 눈이 잘 감기지 않으면서 먼지와 같은 이물질이 쉽게 들어가 따갑고, 웃을 때 입이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혀의 감각이 떨어져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소리가 울리면서 크게 들리는 청각 과민 증상도 종종 나타난다.
단아안한의원 관계자는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관련 질환을 주력으로 진료하는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바로 치료해야 후유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 한 달 안에 회복될 수 있는 것도 수개월이 소요되거나 밥을 먹을 때 눈물이 나는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면신경마비 치료는 침, 뜸, 온열요법, 매선요법 등으로 진행한다. 특히 매선요법(埋線療法)은 직접적으로 안면 근육을 자극해 수축과 이완을 유도하는 치료법으로 초기 및 후유증 환자에게도 활용되고 있다. 매선요법은 혈 위에 매선침을 놓고 침을 통해 약실을 진피 내에 자입하는 방식으로 시술된다. 피부 속에 삽입된 실은 수개월에 걸쳐 분해되기 전까지 근육과 말초신경, 경락 등이 자극되면서 굳은 안면 근육을 풀어주고, 근력을 회복시켜 마비 증상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단아안한의원 관계자는 “안면마비는 얼굴의 외형적인 변형을 일으켜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고, 심할 경우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평소 안면마비 외에 어떤 전조증상이 있는지 알아두면 병을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치료할 수 있어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 된다”고 당부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