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나쁜 사람’ 또 있다… 김종 “정유라 저격한 안민석”

입력 2017-01-23 14:06 수정 2017-01-23 14:28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이 열린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대통령이 정유라씨를 잘 키워야 한다고 직접 말해 충격적이었다”고 폭로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다.

 김 전 차관은 박 대통령과의 만남이 2015년 1월 한 차례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정치권에서 정씨를 놓고 ‘공주 승마’라고 이야기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다. 부정적인 게 안타깝다. 정씨처럼 끼가 있고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 프로그램 같은 것을 잘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국회 탄핵소추위 측 법률 대리인이 “정씨처럼 열심히 하는 유망주는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 안민석 의원은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박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는지 묻자 김 전 차관은 “비슷한 것 같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정씨의 승마와 관련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목한 ‘나쁜 사람’은 안 의원만이 아니다.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는 ‘정씨가 2013년 4월 한국마사회컵 승마대회에서 우승을 놓친 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감사했고,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은 박 대통령이 공무원 2명을 지목해 인사발령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이 인사에서 사실상 좌천된 공무원 2명은 문체부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이다. 박 대통령은 두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경우 2014년 4월 대정부질문에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모(정윤회)씨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안 의원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다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 7차 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차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정씨를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탄핵소추위 측 대리인의 질문에 “직접 말씀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대답했다.

 김 전 차관은 또 “박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부터 정씨가 최순실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1년 앞두고 승마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야권의 지적을 보도자료로 반박하고 대응한 장본인 역시 김 전 차관이었다.

 김 전 차관은 “안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자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차관이 직접 언론과 인터뷰해 논란을 잠재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를 통해 최씨를 만난 사실도 인정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12월 19일자 1면으로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금메달리스트나 체육계 원로가 아닌 최씨를 만난 이유를 물은 재판부의 질문에 김 전 차관은 “나를 차관으로 추천한 사람의 지인이 ‘최씨를 만나라. 남편이 정윤회’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관은 지인의 실명 공개를 거부했지만 재판부의 추궁에 “그 지인이 하정희”라고 실토했다.

 하 교수는 정씨의 초등학교 어머니회 회장을 지내면서 어머니 최씨와 친분을 쌓았다. 대학 교수였던 김 전 차관은 최씨와 하 교수 사이에 맺어진 연줄을 잡고 등용해 최씨 일가의 각종 사익 추구를 도왔다. 특검은 하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