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투수 요다노 벤추라(26)는 생전 ‘악동’으로 악명 높았다.
사소한 시비나 도발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간판 싸움꾼이었다. 고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구를 던지고, 타자와 싸우고,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하고, 경기를 마치면 상대방을 SNS로 비난했다. 악동 중의 악동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투지가 넘치는 선수였다.
상대를 잘못 고른 적도 있었다. 벤추라만큼이나 투쟁심으로 가득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매니 마차도(25)였다. 김현수(29)의 동료다. 벤추라는 지난해 6월 8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캠든야즈에서 마차도에게 먼저 주먹을 날렸지만 그라운드 기술에 걸려 흠씬 두들겨 맞았다.
상황은 5회말 볼티모어의 공격 때 벌어졌다. 벤추라는 볼티모어의 선두타자 김현수를 2루수 앞 땅볼로 잡은 뒤 3번 타자 마차도와 마주했다. 여기서 초구로 마차도의 몸 쪽으로 빠른 공을 던졌다. 공은 마차도의 허리를 강타했다.
마차도는 참지 않았다. 고의 사구라고 생각한 듯 곧바로 헬멧과 배트를 던지고 마운드 쪽으로 달려갔다. 벤추라는 기다렸다는 듯 모자와 글러브를 벗어 땅에 던지고 싸울 자세를 잡았다.
두 선수는 마주하자마자 주먹을 날리면서 싸움을 시작했다. 마차도는 여기서 주먹을 날린 뒤 벤추라를 끌어안고 쓰러뜨렸다. 이어 벤추라를 조르며 그라운드 기술로 제압했다.
이때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두 팀 코칭스테프와 선수, 심판들이 벤추라와 마차도를 떼어냈다. 김현수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싸움을 말렸다. 심판은 마차도와 벤추라를 모두 퇴장 조치했다.
캔자스시티는 볼티모어에 1대 9로 완패했다. 벤추라에겐 싸움도 지고 승부에서도 진 경기였다. 벤추라와 마차도의 싸움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여러 난투극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벤추라는 23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부고를 띄우고 애도했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벤추라가 음주운전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아직 사인을 밝히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