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과 밥으로 버텨' 노승일 내부고발자가 된 이유

입력 2017-01-23 09:36 수정 2017-01-23 11:44
독일에서 최순실 씨에게 해고당한 뒤 난방 끊긴 숙소에서 버텼다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왼쪽)과 노 씨가 독일숙소에서 먹었던 국수와 간장(오른쪽) 화면 갈무리(출처=JTBC)

노승일 씨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내부 고발자가 된 이유가 밝혀지면서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최근 시사인에 따르면 노씨는 최순실 씨의 연이은 '배신'에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노씨는 2014년 초 다니던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20년지기인 고영태 씨를 통해 최순실 씨의 한 사단법인을 만드는 일을 같이 하게 된다.

최순실씨는 사단법인의 기본 골격이 만들어지자 노 씨를 해고했다고 시사인은 밝혔다.

최 씨의 첫 번째 '배신'이었다.

하루아침에 실직한 노 씨는 전공을 살려 배드민턴 레슨을 하거나 생선 나르는 일 등을 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배신'의 시작이었던 2015년 7월 말, 최 씨 측에서 "독일에 갈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에 다시 시작해보자고 생각한 노 씨는 독일로 가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라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다.

22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출처=JTBC)

노 씨는 정유라 씨가 살 집과 마방, 사무실로 쓸 호텔을 알아보느라 한 달에 자동차로 2만2000km를 이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8월 말, 삼성전자가 정유라 씨의 독일 훈련을 위해 220억 원을 지원한다는 코어스포츠와의 계약이 성사됐을 때 노 씨는 또다시 최 씨에게 해고됐다.

노 씨는 부장 직책으로 일하며 모든 실무를 담당했지만, 최저생활비와 실비만 보수로 받았다고 시사인에 설명했다.

최 씨가 독일 세법이 너무 강하다는 핑계로 월급의 일정 부분을 한국에서 지급하겠다고 했던 것도 언급됐다.

노 씨는 "근로계약서를 안 썼으니 항의할 방법이 없었다"며 나갈 때 나가더라도 '자료'를 만들어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자료를 모으고 숨겼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말, 최 씨는 노 씨를 해고했지만, 노 씨는 독일 숙소에서 버텼다.

최 씨는 노 씨가 지내던 독일 숙소의 무선인터넷과 난방을 끊었다.

음식, 차, 돈이 없는 상황에서 당시 독일에 함께 있던 최 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먹을 것이 없다고 호소했고, 쌀 한포대를 받았다.

노 씨는 간장에 밥을 비벼 일주일을 먹었고, 구역질이 나 며칠은 오래된 소면을 간장에 비벼먹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모은 자료가 담긴 SD 카드를 신발 밑창에 숨겼다고 밝혔다. 최 씨 쪽에서 몸을 수색하면 넘겨줄 작정으로 '위장용 USB'도 몸에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씨가 귀국을 거부하자 최 씨는 그가 자는 사이 다른 곳을 거처를 옮겼고, 노 씨는 혼자 남았다.

2015년 11월 말 노 씨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간 모은 자료가 담긴 SD카드를 신발 밑창에 숨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해 1월 고영태 씨의 연락으로 체육재단 설립에 참여하게 된 노 씨는 참여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곳도 '최순실판'이었다고 말했다.

노 씨는 K스포츠재단 입사 후 곧바로 모아둔 자료를 폭로하려고 했었다고 전했다. 때를 기다렸고,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고 했다.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노 씨도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환조사를 받았고, 갖고 있던 모든 자료를 검찰에 제공했다고 시사인을 통해 밝혔다.

당장 '보복성' 조치가 이어졌다고 시사인은 전했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노승일 부장 징계 건을 발의했고, 이사회 결과 경징계인 '경고'가 결정됐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영화같은 이야기"라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채은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