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년 주기 3단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지역 가입자와 직장 가입자에 대해 서로 다른 부과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재산 비중을 줄이고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게 골자다.
최종 3단계가 실현될 경우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 606만 가구(전체의 80%)의 월 평균 보험료는 기존의 절반인 4만6000원 내릴 전망이다. 반면 상위 2~3%의 고(高)소득·고(高)재산 지역 가입자 16만 가구의 월평균 보험료는 9만원 가량 오른다.
또 대부분의 직장 가입자는 보험료 변동이 없지만 월급 외 소득이 많은 ‘부자 직장인’ 26만 가구는 월평균 11만원의 보험료가 인상돼 반발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2013년 7월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발족하고 개편 작업에 나선지 3년 6개월여 만이다.
복지부는 “직장·지역 구분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부과 기준을 적용하는 ‘소득 일원화 개편’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지역 가입자)소득 파악의 어려움, 소득 종류(근로·사업소득 등)별 부과기준 차이, 보험료 인상 대상자의 수용성,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단계적 개편이 현실적”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 가입자의 성·연령 등에도 부과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평가소득’ 보험료는 17년만에 폐지된다. 재산과 자동차에 매기던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종합(과세)소득에 부과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인다. 다만 4000만원 이상 고가 자동차에는 보험료가 그대로 부과된다. ‘송파 세모녀’ 같은 일정 소득 이하 취약층 지역가입자들에겐 ‘최저 보험료(1단계 월 1만3100원, 3단계 월 1만7120원)’가 도입된다.
소득과 재산이 많아도 직장인 자녀에 얹혀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아 ‘무임 승차’ 논란이 큰 피부양자 대상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연 종합소득이 2000만원 넘는 피부양자는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야 한다.
월급 외에 고액의 소득(임대, 이자 소득 등)이 있는 직장 가입자의 경우 ‘보수 외 소득 보험료’ 부과 기준을 점차 강화키로 했다.
복지부는 “이런 방식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행 30%인 지역 가입자의 소득 보험료 비중은 1단계 52%, 3단계에선 60%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지역 가입자를 합쳐 전체의 소득 보험료 비중은 현행 87%에서 1단계 92%, 3단계에선 95%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국회 논의 과정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반기 중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이뤄지면 하위 법령 마련 등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단계 개편안을 2018~2019년 시행하고 2020년 그 성과 및 소득 파악 개선 상황 등 적정성과 형평성 평가를 거쳐 2단계(2021~2023년), 3단계(2024년~) 등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