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필하모닉에 입단해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오페라 연주에요. 플루티스트가 오페라극장 상주 또는 소속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오페라를 연주할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요.”
플루티스트 조성현(27)이 독일 명문악단 가운데 하나인 쾰른 필하모닉(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이 됐다. 22일 오디션을 마치고 쾰른에서 서울에 막 돌아온 그는 “사실 쾰른 필하모닉 오디션을 치르기 일주일 전에 비스바덴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부수석으로 입단이 확정된 상태였다. 결국 오페라를 연주할 운명이었던 것 같다”며 “연주자에게 오페라는 꼭 넘어야 하는 레퍼토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827년 창단된 쾰른 필하모닉은 쾰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쾰른의 관현악 문화를 선도해온 악단이다. 1887년 브람스 2중 협주곡, 1895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1904년 말러 교향곡 5번 등을 초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1952년부터 귀르체니히 회당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악단명에 귀르체니히가 붙기 시작했다. 귀르체니히 회당은 1338석의 대형 홀을 비롯해 490석의 소형 홀 등 모두 6개의 홀로 구성돼 있다. 쾰른 필하모닉과 쾰른 오페라합창단이 이 안에 상주하고 있다. 2015년 프랑스 출신 지휘자 프랑소와 자비에 로트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그는 “쾰른 필하모닉 플루트 수석 오디션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예전에 객원수석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당시 스케줄상 여의치 않았던 일도 있었고, 또 수석 오디션에 응모를 하고는 막상 오디션에 못간 적도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 쾰른 필하모닉이 다시 오디션을 보러고 초대해 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술감독과 단원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쾰른 필하모닉 플루트 수석 오디션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16~19일 4일간 치러진 오디션 가운데 파이널 라운드는 4명이 올라 그가 최종 결정됐다. 그는 “쾰른 필하모닉의 관악 주자들이 세대교체가 이뤄져 매우 젊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내게 편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5-2016년 독일의 또다른 명문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활동했다. 한 시즌만에 오케스트라를 그만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솔로 활동이나 그가 속한 바이츠 퀸텟에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좋아한다. 베를린 콘테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한 시즌 밖에 하지 못한 것은 당시 콩쿠르 우승에 따른 4주간 군사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데다 이미 계획됐던 솔로 활동과 오케스트라와 병행할 경우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오케스트라와 솔소, 바이츠 퀸텟 활동을 균형감 있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쾰른 필하모닉은 2월 10일 서울에서 4년만에 내한공연을 가진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입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번 내한공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2월 9일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 2월 13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피아니스트 김재원과 ‘더 하우스 콘서트’ 참가, 2월 18일 예술의전당에서 곤지암 플루트 페스티벌 참가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