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해 결국 22일 밤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최씨는 지난달 24일 단 한 번만 소환에 응했을 뿐 나머지 6차례는 막무가내로 불응했습니다. 어제는 근거도 없이 강압 수사 등의 이유를 문제 삼아 불출석 사유서를 팩스로 제출했다고 합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 수사에 나선 이유입니다. 특검팀은 체포영장에 업무방해 혐의를 우선 적시했습니다.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서 각종 특혜를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입니다. 특검팀은 23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 최씨를 강제로 출석시켜 조사할 것입니다. 아울러 특검팀은 최경희 전 이대 총장에 대해서도 이대 학사농단을 주도한 혐의 등(업무방해와 위증)으로 이날 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최 전 총장의 영장실질심사는 2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립니다. 공식 수사 33일째(1월 22일 일요일)의 이야기입니다.
# 최순실 묵비권 행사 가능성=최씨가 강제 조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검팀은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을까요.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2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피의자가 조사 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특별히 특검으로서도 진술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어차피 진술을 해서 부인하는 경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대로 조서를 받아서 그냥 그렇게 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군요. 그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기각 사유 중의 하나인 ‘뇌물수수자(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 조사’는 이뤄지는 부분적인 성과가 있습니다.
이 대변인은 오늘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강제수사(압수수색)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그 두 가지 부분은 특검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 일정은 나와 있지 않지만 차질이 없도록 정확하게 향후 일정을 조율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김기춘 구속 이후 첫 소환조사=특검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구속수감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22일 소환조사했습니다.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했다가 오후 2시로 변경했습니다. 구속 이후 첫 특검팀 사무실 출석이죠. 장관직 사표가 수리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22일 오후 2시 소환됐습니다. 어제 소환조사 이후 두 번째입니다.
김기춘 조윤선 두 사람은 21일 새벽 3시48분쯤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조 장관은 구속된 당일 오후 2시30분쯤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김 전 실장도 당일 소환통보를 받았으나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습니다. 앞서 조 장관은 구속 직후 면회 온 가족을 통해 장관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 장관 사표를 곧바로 수리했습니다.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도 21일 새벽 0시55분쯤 구속됐습니다. 정유라씨 과제물을 대신 제출하는 등 성적 특혜를 준 혐의입니다. 21일 특검팀은 ‘비선 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차병원 이주호 교수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최순실씨 지원 업무의 실무를 담당한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도 재소환해 조사했습니다.
# 이재용 영장실질심사 이후=필자 사정으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하지 못한 특검팀 수사 상황을 날짜별로 팩트 요지만 싣겠습니다.
□ 18일(수)
①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을 새벽 0시7분쯤 구속.
②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오전 9시30분쯤 소환조사.
③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출석. 오후 2시15분쯤 심문 끝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대기.
④ 이인성 이대 교수에 대해 오후 구속영장 청구.
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오후 구속영장 청구. 현직 장관 구속영장 청구는 처음.
□ 19일(목)
①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새벽 5시쯤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특검팀은 오전 7시쯤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오전 10시 영장 기각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 발표.
②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대 신산업융합대학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를 정유라씨 학점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
③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을 뇌물공여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
④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오후 3시 재소환 조사.
⑤ 김경숙 전 이대 학장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 청구.
□ 20일(금)
①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은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출석.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 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② 이인성 이대 교수도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출석.
③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오후 2시 소환조사.
④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는 오후 2시10분 김경숙 전 이대 학장에 대한 구속적부심 심리 시작. 오후 6시40분쯤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적부심 기각.
⑤ 특검팀, 정례브리핑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현재 기초조사 중이며 추후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언급.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