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교수님들과 신년 축하 모임을 가졌다. 이날의 화제는 대부분 건강과 사업에 관한 것들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으며 학창시절 각자의 무용담이 한창 꽃을 피우던 중, 한 사람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했다. 참으로 희귀한 내용이었다.
약대 동창인 다른 교수가 암에 걸렸다고 한다. 대장암 3기라 당연히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남아 있는 기간이 2~3년이라고 판단한 교수는 신앙생활에 매달렸다.
그리고 동창인 친구에게 자신의 병을 알려주고 자신의 교회에 출석할 것을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친구는 불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간청을 받아들여 4년 동안 같은 교회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경 공부도 열심히 하고 교회 출석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친구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기도했다.
성경을 거의 통달했다며 자랑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성경 내용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성경 내용은 믿어지지 않고 믿음도 생기지 않지만 성경 지식은 박식하다며 자랑한다. 자신과 함께 성경공부를 한 집사 한 분은 본인 덕분에 목사가 되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한사코 자신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친구의 병이 완치되었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참으로 기적 같은 사실이다. 대장암 3기는 완치되기 힘든 중병이다. 완치된 교수도 이날 모임에 같이 참석했는데, 열 올려 이야기하는 동창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맙다는 눈길을 보낸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알아주는 석학이고 천재들이다. 나는 항상 그 친구를 부를 때 천재라는 호칭으로 부르곤 했다. 머리도 좋고 학식도 좋은데 예수님이 믿어지지 않는다니 정말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 친구는 4년째 되는 해에 교회 출석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4년이 지나고 친구의 병도 완치됐으니 “내가 모든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친구의 사랑으로 기독교를 접하고 나서 다시 불교로 돌아갔느냐”고 물으니 그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나는 이런 이상한 교인은 참으로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빛을 받고 그 능력을 보고도 하나님을 떠난다면 결국은 천국을 못기고 지옥에 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 친구가 ‘농담 치고는 좀 고약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희한하게도 이 친구 역시 아주 희귀한 병에 걸렸다. 아무 약도 듣지 않는 병이다.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그레졌다. 왜 얼굴이 문페이스가 됐냐고 묻자 스테로이드 때문이란다. 오랫동안 병원에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그의 말투나 행동에서 자유로움과 당당함이 엿보였다. 병과 싸우는 것에 예사롭지 않게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감을 갖고 희귀병과 싸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친구를 위해 4년간 신앙생활을 한 것이 그의 힘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년 축하 모임 다음 날,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지내온 이야기를 해준 것이 모두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물론 사실이며 그 친구도 그 일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자신도 친구를 몹시 아낀다고 말한다. “요즘은 교회에 안 나가느냐”고 묻자, “사실 요즘도 교회에 나가고 있는데 그 친구의 교회는 아니고, 설교가 마음에 맞는 교회를 찾게 되어 그 교회로 나가고 있다”며 실토한다. 이번에는 친구가 아닌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하나님께 매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많은 대중 앞에서 “나는 기독교인이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증언은 못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믿음이 서서히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성인들이 예수님을 믿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세태가 서운할 뿐이다. 예수님께 은혜를 받았으면 이것을 자랑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진짜 지성인다운 행동이 아닐까?
하나님께 은혜 입은 모든 자들이 자신이 받은 축복과 도움을 증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능력을 증언하는 용기 있는 지성인들이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예수님을 믿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로 시인하는 자에게만 하나님의 축복이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