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구 신천역)으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측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승객들이 불꽃이 튄 장면을 목격한 상황에서도 ‘대피’가 아닌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온라인 곳곳에선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1일 오전 6시28분쯤 잠실역에서 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열차 바퀴 부분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기관사는 곧바로 열차를 비상 정차시킨 뒤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나 안내방송 내용은 대피가 아니라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해당 열차의 기관사는 “차량 고장으로 비상 정차했다. 조치 중에 있으니 콕크 및 출입문을 열지 마시고 안전한 차내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는 내용을 3차례 방송했다.
열차 정차 후 기관사가 화재상황을 파악하던 30분쯤에 승객들이 출입문을 열고 자력으로 대피했다. 승객들이 대피하는 시각에 기관사는 119에 신고를 했고, 1분 뒤 승객 대피 유도 방송을 실시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진입하던 중에 불꽃이 튀었고, 완전히 정차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피하라는 안내를 할 수 없었다”며 “선로에 진입하다 자칫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정확한 상황파악을 하고난 뒤에 대피 방송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기관사는 화재를 인지한 즉시 매뉴얼에 따라 안내방송 및 승객대피 유도를 실시했으며 소요된 시간은 2~3분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온라인 곳곳에선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열차 앞쪽 승객들이 대부분 자력으로 대피한 상황에서 대피방송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는 질식의 위험이 높아 1~2분 사이에 대형 참사로 변질 우려가 있어 촌각을 다퉈 대피방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내방송에 대한 불신이 커진데다 공공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진 상황도 비판 여론을 부추겼다. 다행히 이날 사로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지하철 2호선은 약 50분간 운행을 멈췄고, 운행재개 후에도 승강장이 연기로 뒤덮여 약 30분간 잠실새내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