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면서 손목에 수갑을 찼다. 공안검사 출신인 김 전 실장의 손목에 처음으로 채워진 수갑이다.
김 전 실장은 22일 오후 2시11분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나타났다. 손목에 찬 수갑을 파란색 천으로 가렸다. 박근혜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특검은 전날 김 전 실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앞세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로 인해 전날 소환 조사는 무산됐다. 특검은 이날 오전 김 전 실장에게 출석을 다시 통보했고, 출석 시점을 조율해 오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김 전 실장은 공안검사 출신이다. 1970년대 법무부 검사로 재직하며 박정희정부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든 실무자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기 말년에는 청와대 비서관, 1980∼90년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2000년대 중반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연을 맺으면서 권력을 이어갔다. 박근혜정부의 출범으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대통령의 왕실장’으로 불린 사실상의 청와대 2인자였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와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전날 구속됐다.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해 위증 혐의로도 고발됐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최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묵인 또는 협력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