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은 지난달 7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나와 “진술과 서면 답변이 거짓일 경우 위증의 벌을 받겠다”고 맹서(盟誓)했었다. 당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블랙리스트의 작성 사실을 추궁할 때, 김 전 실장은 이처럼 말했다.
도종환 국조특위 위원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시작되어서 그다음에 정무수석을 거쳐서 문화부로 내려왔다는 것이 문화부 전직 공무원의 증언인데, 사실입니까?
증인 김기춘
저희들 블랙리스트 만든 일 없습니다.
도종환 위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내려온 블랙리스트를 보고 시행을 할까 어쩔까 하다가 그냥 그만두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모르시는 일입니까?
증인 김기춘
예, 저는 유진룡 장관에게 그런 것을 드린 일 없습니다.
도종환 위원
권영빈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2015년 5월 29일 예술위원회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한 바가 있어요. ‘예술위원들이 추천을 해서 책임심의위원들을 선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그분들에 대한 신상 파악 등을 해서 된다,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자율적인 심의가 원만하지 않다’고 회의에서 발언한 적 있는데, 다른 회의록에 보면 그게 청와대라고 나옵니다. 알고 계십니까?
증인 김기춘
저는 알고 있지 않습니다.
문화계 일이면 우리 교육문화수석실의 소관이기 때문에 실장이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도종환 위원
청와대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문화부를 거쳐서 산하기관으로 내려온 것을 본 직원이 많고요. 이것을 가지고 또 지역에 있는 기관으로 가서 전달한 문화부 직원들도 있습니다. 이름을 대라면 댈 수 있고요. 심사위원들의 녹취록에 의하면 실제로 예술인들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들이 2015년 국정감사와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확인이 됐거든요. 거기 증언 또는 녹취에 보면 ‘위’, ‘그분’ 이런 얘기가 나와요, ‘위, 그분의 지시’. 증인이 아니면 누굽니까? 대통령입니까?
증인 김기춘
저희가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은 없습니다.
도종환 위원
지금 증인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잘못한 게 없는 사람,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내쫓고 불이익을 주는 정권 그리고 이 정권의 실세 비서실장인 김기춘 증인으로 상징되는 앙시앙 레짐은 이제 무너져 내려야 합니다. 이념으로 국민들을 편 가르고 적대시하게 하고 분열시키고, 한쪽으로는 사익을 취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이런 정권은 이제 무너져야 합니다.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구시대의 마지막 파수꾼, 박근혜정권의 마지막 문지기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같은 이 구시대 정치는 이제 그 시대적 역할을 다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증인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증인 김기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