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새벽 구속됐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현직 장관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전날 오전부터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5·25기)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 이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수의를 입고 대기중이던 두 사람은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특검팀은 이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만든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지난 18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이후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배후로 의심받는 박 대통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미 박 대통령이 두 사람 배후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정황도 여럿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팀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를 뇌물수수 공범으로 21일 소환한다. 특검팀은 최씨가 출석하면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경위와 자금의 성격 등을 파악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특검팀의 최씨 소환조사는 이미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와도 관련이 있다. 법원은 이 부회장 영장 기각 당시 최씨 등 수뢰 혐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최씨를 상대로 삼성 뇌물죄 관련 조사를 한 이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24일 특검팀의 첫 소환 조사를 받은 이후 수차례 추가 소환조사 통보를 받았지만 재판준비 등을 핑계로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팀은 이번에도 최씨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최씨측 이경재 변호사는 “차라리 영장을 집행해라”며 출석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