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이 있다’ 측, 연탄가스 흡입 실연 논란 공식사과

입력 2017-01-20 20:59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측이 배우 서예지의 연탄가스 흡입 실연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다른 길이 있다’의 제작사 영화사 몸 측은 20일 공식입장을 내고 “조창호 감독과 제작진 및 스태프 일동, 배우 김재욱·서예지를 비롯한 소속사 측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축소된 부분들로 인해 논란이 커지고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현장의 안전 문제에 대해 통감했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예지가 내놓은 답변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극 중 차 안에서 연탄가스를 마시는 장면 촬영 당시에 대해 그는 “나를 빼고 스태프들이 회의를 하더니 감독님이 오셔서 ‘혹시 연탄가스를 실제로 마실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셨다. 알겠다고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마치 지옥 같았다”고 얘기했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뒤, 가학적이고 강제적인 촬영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제작사 측은 “감독과 스태프들이 배우를 배제하고 회의를 진행한 뒤 실제 연탄가스를 흡입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논란이 조창호 감독의 강요에 의한 횡포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촬영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 간에 수평선상의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었고 동의 없이 촬영된 장면은 없다”고 주장했다.

제작사는 19일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서예지와 상대배우 김재욱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서예지는 “애정이 깊었던 영화의 고생담과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보니 인터뷰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의도치 않은 논란이 발생해 안타깝고, 작품이 폄훼되고 감독님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재욱은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전하고자 했던 본질이 조금씩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휘둘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창호 감독은 제작사를 통해 “영화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감독으로서 이러한 문제가 야기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촬영방법에 대해서는 배우에게 의견을 묻고 동의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우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촬영 경험을 조금은 과장된 무용담처럼 이야기했다. 이런 큰 논란 이야기 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저와 배우들은 우리의 영화 ‘다른 길이 있다’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우려의 뜻을 표했다.


다음은 ‘다른 길이 있다’를 연출한 조창호 감독 입장문.

영화 ‘다른 길이 있다’의 감독 조창호입니다.

‘다른 길이 있다’ 촬영과정에서 발생한 서예지 배우의 실제 연탄가스 흡입논란에 대한 감독의 입장을 밝힙니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감독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야기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먼저 촬영 현장에서 진행된 모든 장면에서 위계에 의한 강압적 지시가 없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연탄가스 흡입 촬영 장면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드립니다. 모조 연탄 제작에 우선 실패하였습니다. 제대로 구현이 안됐습니다.

특효팀, 무술팀 등이 준비된 촬영 일정을 변경하기가 곤란한 상황에서 논의 끝에 실제 연탄을 사용했지만 대부분 불이 붙지 않은 생 연탄에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태우거나, 특효팀에서 준비한(실제 이러한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는) 검은 천, 그 외의 특수효과로 연기를 생성했고 부족한 부분은 후에 CG로 보충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2개의 컷이 있습니다. 연탄 전체가 클로즈업되거나 배우와 함께 잡히는 풀숏에서 하단에 아주 조금 불이 붙은 연탄을 사용했습니다. 연탄에 불이 붙지 않은 가짜임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텝과 촬영방법을 논의, 배우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얻었으며 예상 숏의 길이 등을 설명 후 촬영을 했습니다. 이때도 연기는 대부분 다른 물질의 도움을 받았으며 실제 영화에서 보이는 붉은 빛의 연탄은 CG의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모든 촬영 준비를 세팅한 후 슛싸인과 함께 연탄을 차안에 배치했으며 컷싸인과 함께 배우와 연탄을 차안에서 빼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해당 씬의 위험 장면 촬영을 위해 전문적인 스턴트도 대기시켰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촬영을 진행할 수 있는 조건과 관련된 것이었지 배우의 연기를 위해 실제 상황을 연출한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연기가 연탄가스가 아니었으나 미량의 연탄가스가 흘러 나왔음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당연히 제가 질타를 받아 마땅한 부분이며 배우의 동의와 무관하게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크게 반성하고 다시 한 번 서예지 배우에게 공식적인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연탄가스와 다른 연기들이 배우에게 유해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입니다. 이번 논란으로 불쾌함을 겪은 많은 분들께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함께 논란이 되고 얼음 위 씬의 촬영에 대해서도 말씀드립니다.

위에서 언급된 차량씬은 물론 얼음과 관련된 모든 촬영시에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무술감독팀이 함께했습니다. 스킨스쿠버자격증이 있는 무술감독과 제가 먼저 얼음의 상태를 체크한 후 촬영 지역을 결정하였으며 얼음 위에 오르는 스텝을 최소화하여 구명조끼를 착용케 하였고 배우에게는 슈트를 입힌 후 구명보트가 대기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롱숏에서는 무술감독이 프레임 안에, 근접촬영에서는 프레임 밖에 대기한 상태였습니다. 촬영당시에는 예산을 오버해가며 안전사고에 대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과연 충분했는가, 당시의 판단이 옳았는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진행된 많은 영화제 gv,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 개별 인터뷰 등에서 서예지, 김재욱 배우는 위 촬영의 경험에 대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조금은 과장된 무용담처럼 이야기하였고 저도 때로 분위기에 따라서 가담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큰 논란 이야기 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촬영 당시의 배우의 열정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배우가 영화에 갖는 커다란 애정으로 이해하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크게 논란인 이후 저는 배우들을, 배우들은 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영화 ‘다른 길이 있다’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서두에 말씀 드린 대로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으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언론, 그리고 관객 여러분께 염치가 없지만 감히 부탁드립니다. 제 글로 논란이 종식될 순 없겠고 여전히 질문이 존재할 것입니다. 차후에도 이 건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영화에 열정을 쏟아 붓고 지금도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서예지, 김재욱 배우 분에게 큰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017년 1월 20일 ‘다른 길이 있다’ 감독 조창호 드림.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