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클래식 음악계까지 도달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오는 3월 18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고 영국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19일(한국시간) 자신의 클래식 뉴스 사이트 ‘슬립드 디스크(Slipped Disc)’를 통해 밝혔다.
실제로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 홈페이지는 백건우를 대신해 중국의 신예 여성 피아니스트 사첸을 협연자로 교체해 놓았다. 당초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신임 음악감독 사칼리코 사카니 지휘로 백건우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레브레히트는 “백건우는 2000년 중국의 초청을 받은 첫 한국 연주자였다. 이번 공연 취소는 (사드에 따른) 지역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백건우의 중국 비자 발급 거부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한국 클래식계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연주자의 공연에 대한 허가를 내준 바가 없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조수미도 2월 광저우를 시작으로 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투어 공연을 위한 비자를 신청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클래식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정치적이라는 모 해외 기획자의 의견을 전했다. 평소 중국 클래식계와 교류가 빈번한 이 해외 기획자는 “백건우의 비자 발급 거부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국 클래식 관계자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현재 상황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공연 허가를 받은 아티스트라고 들었다. (지난 12월로 중국 투어가 끝난) 정경화는 운이 좋았다”면서 “나 역시 중국 국가대극원 관계자로부터 자신들이 초청했던 한국 아티스트들의 비자를 중국 당국이 허가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국가와 관련된 일에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그동안 종종 있었다. 과거 (중국 인권운동가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노르웨이 아티스트들도 중국 공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