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이룬 한 남자가 있습니다.
19일 페이스북 보도매체 '격'은 시카고에 사는 78세의 노만 말론의 인생 스토리를 소개했습니다.
노만은 5세 때부터 피아노 연주에 흥미를 느껴 몇 년 후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슴 속 깊이 품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가정폭력에 의해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됐습니다.
노만의 아버지는 틈만 나면 아내와 아이들을 때렸습니다. 노만의 어머니는 동생들과 자신을 보호해 달라며 노만에게 늘 깨어있으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10세 때 노만은 이미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고 아주 잘 연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노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중대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그 날 밤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노만이 잠든 사이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깊은 잠에서 깬 노만은 충격에 할 말을 잊었습니다. 두개골은 골절돼 있었으며 오른쪽 반신마비가 돼 있었습니다. 노만의 두 동생 역시 신체의 일부가 마비된 채 그의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자고 있던 세 형제에게 망치를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노만은 오른손이 마비돼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됐습니다.
수년간 치료에도 불구하고 노만의 오른손은 움직일 줄 몰랐습니다.다시는 피아노를 칠 수 없을 것 같았으나 그는 왼손으로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서툴고 생각만큼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피아노를 향한 그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노만은 왼손을 위한 피아노 연주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악보를 찾아 홀로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성인이 된 노만은 합창단 감독으로 수십 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자신이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노만의 피아노 연습 소리를 들었던 이웃이 그를 위해 나섭니다. 신문사에 연락해 노만의 연주회를 기획한 것입니다.
78세의 노만은 생애 처음으로 수많은 관중 앞에 앉았습니다. 그가 한 손으로 연주를 시작하자 관객석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70년 넘게 홀로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인 노만은 감격에 마음이 벅찼습니다. 지금껏 아버지를 지켜본 그의 아들이 말했습니다. "열정만 있다면, 반드시 길은 있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간절히 원한다면 길은 있습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