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전경련이 기업들에게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모금에 나선 경위를 밝혔다. 500억원의 모금 규모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였고, 안 전 수석이 거짓 기자회견을 강요했으며, 검찰 조사도 걱정하지 말라고 메모를 전했다. 다음은 문답으로 구성한 이 부회장의 법적 증언 요지.
-당초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은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설립했다고 언론에 말했는데.
“안종범 청와대 수석이 나에게 전화해서 그렇게 말해달라고 했다. 청와대 요청 때문에 국정감사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죄송하다. 억울한건 내가 낸 아이디어라고 말한 듯 알려졌는데 ‘내가 낸’은 괄호로 돼 있다.”
-미르재단 출연금을 모으다보니 계획된 300억원보다 많아 500억원이 걷혔다는데.
“기업들이 처음부터 부담 느꼈는데 자발적으로 낼 리도 없고, 전경련이 돈을 더 내라고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안 전 수석이 2015년 10월24일 전화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300억원은 적다, 500억원으로 늘리자고 지시했다. KT 신세계 아모레 금호도 들어가야하고 현대중공업 포스코도 알아보라고 했다.”
-롯데는 당초 빠졌다가 다시 포함시켰는데.
“실무진이 정신 없어 설립 된 뒤에 그런 얘길 들었다. 롯데가 찍혀서 빠졌나 오히려 걱정했단 얘기를 들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돈 내라고 하면 안 낼 곳 있나.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 냈는데 난 안 냈다, 이런 사실이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
-미르 재단 이름은 청와대가 정했나.
“예”
-미르재단 이사진 선정은 청와대 낙점 인사였나.
“예. 처음 봤다. 청와대에서 이사 명단 가지고 와서 정해졌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 김형수 이사장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안 전 수석이 차은택에게 추천 받았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케이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 선임 경위는
“정 이사장이 통합재단 이사장을 자신이 맡는게 최여사 뜻이라고 했다.”
-최순실 거론한 사실을 안 전 수석에게 보고했나.
“큰일났다 싶어 바로 연락했다. 안 전 수석이 그건 내가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별로 안 놀라서 충격이었다.”
-재단 설립 왜 하는 건지 안 전 수석에게 물어 본 적 있나
“문화계 우파를 지원해주려고 한다고했다. 문화는 알겠는데 체육에 무슨 이런게 필요하냐고(생각했다).”
-검찰 수사 앞두고 안 전 수석이 뭐라고 했나.
“검찰 조사 받기 전날 보좌관과 직원 통해서 메모를 받았다.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해도 되고 새누리당 특검 수용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 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 없으니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말라’는 파란색 쪽지다.”
-일주일만에 급박하게 공익재단 모금한 사례가 있나.
“갑자기 중국 총리가 온다고 해서 1주일만에 서둘렀다. 대통령이 개별 총수랑 그런 얘길 나눴다는 것도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다. 그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황인호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