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재벌이나 기업 고위 관계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서 신동빈 회장,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서 박동훈 전 사장,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존 리 전 옥시 대표 등의 구속영장 기각 역시 조 부장판사의 판단이었다.
조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14시간의 고민 끝에 19일 오전 4시50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을 구속할만큼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그동안 청구한 구속영장의 대부분을 조 부장판사가 발부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고 발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앞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조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지금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 박 전 사장, 리 전 대표에 이어 이 부회장까지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 부장판사가 재벌이나 기업 고위 관계자들에게 유난히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조 부장판사의 손을 거쳐 발부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