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의 이사장이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를 만나 “살아계실 때 1억원을 받으라”고 종용하는 음성이 공개됐다.
국민TV는 지난해 11월 25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난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의 대화 음성 파일을 보도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이름과 목소리는 익명 처리됐다.
6분가량의 대화에서 김 이사장은 일본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사과를 표명했고, 그 책임의 의미로 10억엔을 지급했다며 돈을 받으라고 거듭 설득했다. “10억을 준들 청춘이 돌아오겠냐”는 할머니에게 김 이사장은 “살아계실 때 돈을 받고,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의미있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스스로 일본에게 사과를 받았다고 위안하라는 얘기다.
“어떤 할머니는 이제 잠이 좀 잘 오신대요. 그래도 사과를 받았다 생각하시니까. 왜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제 생각은 살아계실 때 돈을 받고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또 해주지 않아요 일본은.”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저는 받아야 된다 생각해요. 이렇게 안 하면요, 일본은 더 이상 아무리 끌어봤자 이 사람들 더 이상 안 줘요. 할머님이 더 많이 살아계실 때 보상을 어쨌든 사과 의미의 현금을 드려야지, 돌아가시고 나면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할머니(다른 위안부 피해자)는 1억원 잘 받았다 그러시면서 ‘먼저 죽은 그 친구들 못 받고 죽어서 참 안 됐다’ 눈물을 흘리시더래요.”
김 이사장의 말을 듣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그 서울 계시는, 서울 쉼터 계시는 분들한테 아까 말씀하신 서류 다 받으셨어요?”라고 물었다. 김 이사장이 아직 12명에게 위로금 지급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하자 할머니는 “그분들한테 다 먼저 신청서를 받아갖고 오셔. 그럼 나도 해드릴게”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할머님이 원하시는 대로 저희는 한다”고 답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