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당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 좌천됐다가 지난해 5월 말 결국 사표를 내야 했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자신이 사직 배경과 억울했던 그간의 심경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였던 프랑스장식미술전이 무산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유라의 코치였던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의 민원을 거절했다가 박 대통령에게 ‘참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 받았다. 1984년 입사한 노 전국장은 지난해 5월까지 32년간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이었지만 두 사건을 계기로 사직해야만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7일 노 전 국장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 전 국장은 당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프랑승의 명품 브랜드 전시 요구를 반대했었다.
노 전 국장은 “특정 사치품을 전시하는 것은 국립박물관의 성격과도 맞지 않고 자칫 국립박물관이 명품 브랜드 홍보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때문에 전시회는 무산됐고, 4월 문체부의 한 과장급 후배에게 “사표를 내셔야할 것 같다”말을 들어야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항변하며 다른 곳으로 인사를 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후배는 “장관(김종덕)도 어디서 전화를 받은 모양이다”라며 거절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5월31일 사직했다.
그가 나쁜 남자가 된 이유는 2013년 박원오 당시 정유라씨 코치와 악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주승마대회가 끝난 직후 모민철 다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전화 한통을 받은 그는 박원오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노 전 국장은 함께 경질됐던 진재수 과장과 박 코치를 만났고, 박 코치는 지역 임원들의 개인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 노 전 국장은 박 코치의 말이 신빙성이 없었고 허황된 이야기 같아 박 코치를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는 공금 횡령과 업무상 횡령, 사기미수, 사문서 위조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림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 전 국장은 박 코치의 민원을 빼고 승마협회를 포함해 체육계 전반의 임원진 개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모 전 수석에게 제출했다. 이후 박 코치는 진재수 과장에게 전화를 해 “보고서를 그딴 식으로 쓰면 어떻게 하냐.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고 노 전 국장은 전했다.
박 코치의 협박대로 한 달 뒤 노 전 국장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발령났고, 류진룡 장관은 청와대에 불려가 박 대통령에게 ‘노태강과 진재수가 참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노 전 국장은 “2014년 7월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기를 들다 류진룡 장관이 해임되자 김종 2차관이 본격적인 조직 장악에 나선 것 같다”며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해 가난하게 사는 것을 훈장처럼 생각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돈 앞에 줄 세우려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하고 치졸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국장은 지난 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노 전 국장을 상대로 정씨가 출전했던 전국승마대회 관련 감사 내용 과 최씨의 부당 개입 의혹, 조윤선 장관의 회유 의혹 등을 집중 조사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