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대, 교육부 지원 끊기나… 교육부, ‘30%룰’ 적용 않기로

입력 2017-01-18 06:00 수정 2017-01-18 06:00
 교육부가 이화여대에 제공했던 재정 지원을 대폭 삭감키로 했다. 정유라(21)씨 특혜 비리가 악질적이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판단, 여느 비리 대학보다 강력한 제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학사 행정이 우수하다는 명목으로 이대에 국고 15억원을 주려한다는 비판(국민일보 2017년 1월 17일자 12면)에 따라 ‘대학자율 역량강화사업’(에이스 플러스)부터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8일 “특검이 이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비리 대학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새 재정지원사업 매뉴얼을 적용할 계획이며, 매뉴얼에서 정한 제재 기준의 최대치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뉴얼에는 중대 비리라도 30%이내에서만 재정 지원을 삭감토록 했지만 각 재정지원 사업마다 구성돼 있는 사업관리위원회를 통해 이대는 30% 이상 삭감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재정지원사업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에 대학의 부정·비리에 따른 재정 지원 수혜제한 기준을 명시했다. 재정 지원이 수년간 이어지는 ‘계속지원 사업’의 경우 사업비 삭감 기준은 30% 이내다. 비리 대학이 신규선정 절차에 참여할 때는 총점에서 8%를 감점토록 했다.


(자료: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

 문제는 ‘30%룰’을 적용하더라도 이대가 나머지 70%를 가져가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예컨대 에이스 플러스 사업은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별칭처럼 학생 교육부터 상담, 평가까지 모범적인 학사 행정을 펴는 대학에 나랏돈을 주는 사업이다. 이대는 정씨 입학부터 교육, 평가까지 조직적인 비리가 드러난 학교다. 지난해까지 21억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30%룰'에 따라 6억원을 삭감하고 15억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사업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도 거액을 가져간다는 논란이 일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가 매뉴얼에 명시된 “필요한 경우 사업관리 위원회 결정에 따라 가중감경 가능하다”란 규정을 내세워 ‘30%룰’ 적용을 않기로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추가 삭감 규모에 대해 “사업관리 위원회 통해 결정하겠다”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다만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시점을 재판 종료가 아닌 특검 수사 결과 발표로 잡았다. 특검 수사 발표 직후라면 정씨와 이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어서 제재 수위도 한층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교육부가 시늉만하고 이대에 거액을 계속 지원한다면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의 정당성도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각종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들은 “나랏돈으로 대학을 길들이려는 용도”라며 대학 사회의 공격을 받는 상태다.

 또한 새 매뉴얼은 제재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는데 이대 에이스 플러스 사업이 첫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는 2015년 이 사업에 진입해 사업 종료 시점이 2018년이다. 사업이 종료되는 내년까지 삭감된 금액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재정 지원 사업들도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지원 선정 평가 때 부정·비리 대학에 대한 감점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종전 매뉴얼에는 최대 5%였지만 새 매뉴얼에서는 최대 8%로 강화됐다.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치열한 재정 지원 사업 평가를 감안하면 8%는 치명적이란 평가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점수가 깎일 뿐 아니라 평가자로 나서는 교수들이 이대에 호의적인 점수를 주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당분간 이대가 재정지원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대는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깔고 앉아서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거둬 눈총을 받아왔다. 이번 정씨 사건으로 정부 재정 지원이 줄어든 피해마저도 애꿎은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전가한다면 더욱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