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최순실 검찰 조서 전부 증거로 채택 안 해… 왜?

입력 2017-01-17 17:29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업무수첩 일부를 비롯해 조사 과정이 전부 영상녹화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조서도 무더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전부 증거 채택에서 배제했다.

헌재는 17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6차 변론에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사본과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한 조서 등 2386건의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동의하지 않은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조서 중 절차의 적법성이 담보되는 경우는 증거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공문서이거나, 본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 변호인이 입회해 이뤄진 신문조서는 모두 증거로 채택한 것이다.

강 재판관은 “절차의 적법성이 담보되는 상황이 두 가지가 있다”며 “진술과정을 전부 영상녹화한 조서와 조사 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했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인된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채택한다”고 설명했다.

강 재판관이 밝힌 원칙에 따르면 진술과정이 전부 영상녹화된 조서는 정 전 비서관의 마지막 피의자신문조서가 유일하고, 실제로 증거로 채택됐다.

다만 정 전 비서관과 관련한 다른 신문조서는 오는 19일 예정된 정 전 비서관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본인이 인정하면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이 기재돼 관심이 집중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검찰 조사와 전날 열린 헌재의 증인신문에 참석해 본인이 확인한 일부분만 증거로 인정됐다.

반면 검찰 조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던 최씨와 관련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전부 채택하지 않았다.

최씨 측은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작성한 조서 중 임의성(자유로운 의사)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성된 조사에 한해서 이의제기를 했지만, 헌재는 이 같은 주장이 최씨의 조서 전체에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최씨는 전날 헌재에서 열린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변호사 입회 아래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어보고 서명날인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검찰 조사가 독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이 이뤄져 제대로 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특검도 그렇고 너무 강압적”이라며 “검사들이 제대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있나. 사람이 죽을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헌재는 검찰이 최씨 소유로 지목한 태블릿PC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목록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또 언론이 보도한 기사는 보도된 사실 자체만 증거로 인정하고 보도 내용은 채택하지 않았다.

한편 오후 4시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더블루K 고영태 전 이사와 류상영 부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헌재는 고 전 이사와 류 부장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다.

헌재는 이들을 오는 25일 오후 2시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