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등촌로 좋은샘교회(유경선 목사) 지하 1층에는 ‘비원(Be One)’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16일 늦은 오후 이곳을 방문하니 12평(39.7㎡)의 작은 공간이지만 고즈넉한 아우라를 단숨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방에 있는 고동색 책꽂이엔 종교 철학 인문학 등 깊이 있는 서적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습니다. 가운데엔 짙은 고동색의 긴 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엔 3개의 조명등이 켜져 있었습니다.
비원은 좋은샘교회가 2015년 여름 ‘영혼의 쉼터’라는 콘셉트로 만든 묵상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책을 보거나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습니다. 묵상 기도를 해도 좋습니다.
유경선 좋은샘교회 목사는 “현대인들은 분주하고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니다”며 “영혼의 소음을 끄고 묵상하면서 하나님과 교제하면 그의 세밀한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원이 생기기 전 이곳은 책상 의자 등 교회 비품이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비원이 생긴 후 성도들은 교회다운 공간이 생겼다며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곳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마니아층이 주로 사용한다고 하네요.
이곳에서 지켜야 하는 한 가지 규칙은 조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그룹 모임이나 회의 등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비원은 지역 주민과 외부 목회자에게도 개방되어 있습니다. 점심시간 혹은 퇴근 후 이곳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지역 주민들도 있다고 합니다.
묵상과 기도 외에 이곳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소규모 성찬식입니다. 비원 한쪽에는 성찬식에 필요한 컵과 쟁반, 스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외부 목회자도 이곳에서 성찬식을 할 수 있습니다. 성찬식 물품 옆에는 유 목사의 조부모가 사용한 낡은 성경책 4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유 목사는 비원을 ‘영혼의 MRI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충전을 받아야 은혜를 성도들에게 고스란히 흘러 보내는데 그게 부족할 때마다 비원에서 스스로 돌아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며 “서적을 읽고 묵상하다 보면 사역에서 놓치고 있던 것을 발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