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Fin)에 기술(Tech)을 더한 핀테크(Fin-Tech) 기업이 은행 등 금융회사 서비스를 대체하는 데는 부문별로 온도차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간편 결제 및 모바일 송금 분야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대세가 되겠지만, 예금 및 대출 분야에선 은행의 전통적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은 17일 ‘디지털 혁신과 금융 서비스의 미래: 도전과 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블록체인을 주축으로 참여자에게 정보를 나눠서 장부를 기록하는 분산원장 기술,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부족분을 채워가는 사물 인터넷(IoT), 생체 정보를 담은 바이오 인증,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이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바꿀지를 담았다.
먼저 핀테크에 의한 금융업 분화가 언급됐다. 기존엔 은행이 고객에게 예금 대출 송금 투자자문을 패키지로 묶어 서비스했다면, 핀테크 기업은 이를 분야별로 쪼개서 치고 들어온다. 대출은 개인간 상호 대출을 연계해주는 P2P 플랫폼, 송금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투자자문은 로보어드바이저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은행이 누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축소시켜 수익 악화를 불러온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46개국 글로벌 금융회사 등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향후 5년내 이들의 사업 중 23%가 핀테크 발전에 위협받을 것이라고 예측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다만 금융 서비스별로 온도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페이 SSG페이 등 간편결제와 토스 카카오머니 등 간편송금 분야에서 보듯 지급결제와 송금은 핀테크 기업들에게 빠르게 접수될 것으로 예상됐다.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협업 모델이 언급됐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저렴한 수수료를 내는 대중을 상대로 활용되고, 소수의 부유층은 기존 금융회사의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계속 제공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예금 및 대출 업무는 은행 고유 업무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됐다. 한은은 “대출은 자금 모집뿐 아니라 여신 심사, 사후 관리 등이 중요하다”며 “핀테크 업체들이 단기간에 기존 금융회사의 노하우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 출범할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도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관건”이라고 했다. 기존 고금리 대출자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영업 전략인데, 이를 위해선 현존 금융권 재무정보를 뛰어넘는 빅데이터 활용 신용평가 기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