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이 현재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박현정 전 사장의 갈등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저는 의도적으로라도 세부사항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서울시향의 음악적인 부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로 취임한 마르쿠스 슈텐츠(52)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취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독일 출신으로 현재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슈텐츠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서울시향에 몸담게 됐다.
슈텐츠는 “서울시향의 명성은 이미 국제 무대에 잘 알려졌다.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함께 집중적으로 노력한 성과가 세계 투어에서 증명됐기 때문이다”면서 “2015년 서울시향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지휘했을 때 음악 이해도가 높고 오케스트라에 헌신적이었던 단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의 기억 덕분에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 제안을 큰 고민 없이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향은 2015년 말 정명훈 전 예술감독 사퇴로 야기된 상임지휘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수석객원지휘자 2명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차기 상임지휘자를 정하더라도 정식 부임까지 2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슈텐츠와 함께 스위스 출신으로 미국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인 티에리 피셔(60)가 선임됐다.
수석객원지휘자는 그동안 서울시향의 기량을 유지시키고 안정적 지휘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슈텐츠는 젊은 시절 탱글우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했으며, 2003년부터 12년간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했다. 런던 신포니에타의 수석 지휘자, 할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 등을 역임했다. 그가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에 걸쳐 녹음한 말러 교향곡 전곡 음반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가운데 교향곡 5번은 독일 음반 비평가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9월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로 그라모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슈텐츠는 “현재 볼티모어 심포니에서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 직책의 역할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예술적인 부분, 즉 연주력의 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수석객원지휘자로서 서울시향에 여러 제안을 한 상태다. 아직 구체적인 것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교육, 해외 진출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서울시향과 협력하겠다. 무엇보다도 서울시향의 장점에 집중해 오케스트라의 안정화 및 세계 무대에서의 더 좋은 명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낭만주의 시대의 혁명가들’이라는 부제를 단 슈텐츠의 이번 취임 연주회에서는 슈만 교향곡 2번과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작곡 이후 100년 만에 발견된 ‘장송적 노래’를 서울시향이 아시아 초연해 눈길을 끈다. 그리고 30년 만에 내한하는 헝가리의 피아노 거장 데죄 란키(66)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한편 서울시향은 자문을 거쳐 선정한 10여명 안팎의 외국인 지휘자들을 올해 말까지 객원지휘자로 초청해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 뒤 차기 음악감독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최흥식 대표는 “2015년 말 10년간 서울시향을 이끌어주신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사임하신 뒤 작년과 올해는 새로운 10년을 구축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박현정 전 사장을 둘러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만 바라보고서는 발전이 없는 만큼 그동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지휘자 체제 안정화와 관객 개발 등 미래를 향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