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성경 외면한 채 권력 지향, 율법·규칙 연연…종교개혁 실천 맞나?

입력 2017-01-17 16:30 수정 2017-01-17 16:30
서기행 예장합동 전 총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전직 총회장단 합동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의 한국교회는 연일 ‘개혁’ ‘회심’ ‘화해’란 말을 내놓고 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자(아드 폰테스, Ad Fontes)’고 외칩니다. 하지만 교회권력에 대한 욕망과 상호비방, 책임전가 행태는 해가 바뀌어도 그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선 소위 ‘장자교단’이라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의 전직 총회장 10여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모두발언에 나선 서기행 전 총회장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교단이 성경적이고 개혁적 신학을 더욱 견고히 쌓아 성경중심·하나님중심·교회중심의 신앙정신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 직후부터 기자회견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총회에서 전 총회장들의 예우를 정지시킨 당시 총회장을 성토하고, 정치적 갈등으로 관선이사 파견 절차가 진행 중인 교단산하 총신대 문제를 화제에 올렸습니다.

총신대 재단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안명환 전 총회장은 “이사회가 정관개정 등을 논의하려 했는데 ‘이사회 참석 시 징계’라는 총회 측 압박 때문에 개회도 못했다”고 책임을 총회측에 돌렸습니다. 총회 지도에 따라야 하는 신학교임에도 “연간 60억원씩 국가 지원을 받고 사학법에 따르는 학교이기 때문에 사학법이 우선”이라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총회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이유로 전 총회장의 예우를 정지시킨 사안에 대해서도 날선 비난이 계속됐습니다. 5년간 예우가 중지됐다는 김동권 전 총회장은 “그때 결의는 총회 질서를 완전히 파괴했다”며 박무용 직전 총회장을 겨냥했습니다. 한때 교단의 최고지도자였던 이들은 박 전 총회장 상습도박 의혹을 제기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그토록 손가락질 하는 대상자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갈등 해소를 위해 신학교가 우선적으로 총회 결의에 따라오는 게 도리”라고 맞서는 교단 지도자, “선배 지도자들 지적에 응할 이유가 없다. 총회 결의에 따를 뿐”이라고 회피하는 전 지도자. 이들을 지켜보며 떠오르는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 당시 사분오열된 가톨릭교회와 타락한 신부들을 향해 던진 말입니다. 바로 “권력과 교회정치에 매몰돼 성경에 등을 돌린 행태”라는 것입니다.

500년 전 절대권력이던 로마 교황청에 맞섰던 루터가 만약 지금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성경은 외면한 채 권력을 지향하고 율법과 규칙에만 연연하는 게 종교개혁 정신의 실천입니까. 교회에 필요한 건 복잡한 현실논리와 제도가 아니라 ‘오직 믿음·은혜·성경’이란 확신이 아닐까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