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면 해야지”… 장시호 영재센터 후원 요구에 놀아난 삼성

입력 2017-01-17 15:20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17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앉아 있다. 뉴시스

최순실(61)씨의 조카 장시호(39)씨가 총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에 삼성이 적극 나선 구체적 정황을 검찰이 17일 공개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2015년 10월 영재센터에 후원금 명목으로 5억5000만원(1차), 2016년 3월 10억7800만원(2차) 등 16억2800만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 장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삼성그룹 관계자에게 영제센터 후원금을 내도록 압박한 혐의(직원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장씨, 김 전 차관의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삼성이 영재센터에 1·2차 후원을 하면서 주고 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삼성은 1차 후원 당시 영재센터에 “금일 오전 중 업체 등록을 해주면 감사드리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검찰은 “1차 후원 때 영재센터는 후원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업체 등록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이 기본 여건도 안 갖춰진 사단법인에 억대의 후원금을 지급한 셈이다.

또 영재센터는 2차 후원 당시 삼성에 후원금을 “한 달 당겨 달라”고 요청하면서 “후원 계약서를 오늘 저녁 퀵으로 보내달라”고까지 요구했다.

1차 후원 당시 영재센터 담당자와 처음 접촉한 삼성전자 신모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영재센터에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정작 실무자들은 후원의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도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일을 진행한 것이다.

신 차장은 검찰에서 “영재센터를 통한 삼성전자 홍보 매력을 찾기 어려웠고 PPT 자료도 부실했다”며 “후원을 해도 회사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영재센터 관계자가 먼저 15억원을 제시해 놀랐다”며 “작은 단체는 3000만원, 큰 곳은 1억~3억원 정도 후원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큰 액수가 나와서 너무 놀랐다”고도 말했다.

이후 의문이 가시지 않은 신 차장은 상관인 박모 상무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그런데 박 상무가 “하라면 하는 거지 안 할 수 있겠냐”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영재센터 후원 관련 실무를 담당한 삼성전자 강모 과장은 “윗선에서 영재센터 지원을 매우 서둘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는 “영재센터에서 급하다고 하니 최대한 빨리 후원금을 줄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의 말을 이모 상무로부터 들었고 급하게 지급한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강 과장은 이어 “상무님의 말이나 분위기를 보면 상부에서 어떤 압력을 받고 있는 걸로 느껴졌다.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토 달지 못하고 그냥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강 과장은 2차 후원과 관련해 “상무님이 저와 지모 상무님이 있는 자리에서 후원계약서를 보고 10억원 또 줘야되냐라는 푸념과 함께 위에서 챙기니 해야 되고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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