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빵’ 김종 ‘Mr. 팬더’… 장시호의 비밀친구들

입력 2017-01-17 14:25 수정 2017-01-17 14:35
장시호씨가 1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시호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전해진 이모 최순실씨의 기밀문건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장씨가 최씨를 ‘대빵’으로, 김 전 차관을 ‘Mr. 팬더’로 각각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1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장씨의 금고에서 문체부의 기밀문건이 발견됐다”며 “5개 광역거점의 체육인재 육성사업과 관련해 최씨가 운영한 K스포츠재단에서 작성한 문건으로, 장씨의 메모가 적혔다”고 밝혔다.

 검찰은 장씨, 최씨, 김 전 차관과의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내부 장씨의 금고에서 발견한 압수 문건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이 사업과 관련한 문체부 기밀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다”며 “장씨도 이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문건에 ‘거점별 지원종목’ 등이 적혔다. 강원도 강릉 빙상장에 빙상종목을 후원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스케이트 선수 김동성씨 진술에 따르면 당시 빙상인들도 강릉 빙상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존치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진술했고, 장씨는 이를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작성된 강원도 춘천 빙상장을 활용한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사실은 춘천 빙상장의 경영지원 및 관리를 센터가 맡기로 했다고 써 있다는 점”이라며 “최씨, 김 전 차관, 장씨 사이에서 상당히 긴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장씨의 금고에서 발견된 서류에는 ‘Mr. 팬더’라는 별명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금고의 파일철에 ‘Mr. 팬더 서류’라고 장씨의 필체로 적혀있다”며 “센터 관계자들은 장씨가 김 전 차관을 ‘미스터 팬더’나 ‘미스터’라고 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건들은 장씨가 김 전 차관으로부터 받았거나 그에게 줄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둘 사이의 관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공모관계를 역설했다.

 또 센터에서 압수한 문건들을 통해 “장씨는 KT의 동계스포츠단 창단 제안서를 보관했고, 꼼꼼히 메모한 흔적도 있다”며 “춘천 송암스포츠 타운에 종합레포츠사업이 추진된다는 문건도 있다. 김 전 차관으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검찰은 “최씨의 지시로 장씨와 직원들이 함께 작성한 문건들이 발견됐다”며 “비닐 파일에 최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빵 드림’이라고 장씨의 자필로 써 있다”고 부연했다.

최순실(왼쪽)씨, 김종(가운데) 전 문체부 2차관, 장시호씨가 1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씨는 김 전 차관, 장씨와 함께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해 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3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가 대한체육회를 대신해 광역스포츠클럽 운영권 등을 독점할 수 있도록 문체부 기밀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장씨는 2015~2016년 사업비 일부를 센터가 자부담할 것처럼 가장해 국가보조금 7억1683만원을 가로채고 허위 용역대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영재센터 자금 3억182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삼성그룹과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로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혐의에서 최씨와 장씨의 진술은 엇갈렸다.

 장씨 측 변호인은 삼성그룹 및 GKL 후원금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 센터 자금 3억원과 관련한 업무상횡령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가 “삼성과 GKL에 센터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를 자백하는 것이 맞느냐”고 묻자 장씨는 직접 “맞다”고 답했다.

 반면 최씨 측은 삼성과 GKL에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장씨와 김동성씨가 은퇴 선수 재능기부와 동계스포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해 설립을 도와준 적이 있다”며 “센터 운영진을 보면 스키선수 출신 박재혁씨, 스케이트선수 출신 이규혁씨, 이진성씨, 제강성렬씨 등 스포츠스타들이 다수 포진했다. 설립 절차를 조언하고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차관 등에게) 기업 후원을 알아봐 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삼성이나 GKL을 특정한 적은 없다”며 “장씨, 김 전 차관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는 부인한다”고 밝혔다. 최씨 역시 “같은 입장”이라며 “좋은 취지에서 동계스포츠가 금메달을 향하고 있어 도왔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