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위한 정부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에게 430억원대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입니다. 이 과정에서 최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은 두 회사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기라고 수하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박 대통령과 최씨는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합니다. 공식 수사 27일째(1월 16일 월요일)의 이야기입니다.
# 이재용 운명 어떻게 될까=특검팀은 지난 12∼13일 이 부회장 밤샘조사 이후 사흘간 고심한 끝에 영장 청구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가경제도 중요하나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입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영장 청구는 특검팀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이 부회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죠. 이제 이 부회장 운명은 법원 판단이 좌우하게 됐습니다. 구속 여부는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에서 판가름 나게 됐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입니다. 뇌물공여 액수 430억원대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과 최씨 유령 회사인 코레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금 200억원대,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여원 등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최씨가 뇌물을 받은 당사자이지만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이익 공유 관계에 있으므로 이는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뇌물 혐의라고 합니다. 뇌물 중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회사 자금 횡령죄도 적용됐습니다. 위증 부분은 지난달 6일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겁니다. 삼성그룹에서 지원 실무를 맡은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오후 2시 정례브리핑에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영장 청구 배경 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간 브리핑은 매일 오후 2시30분에 했으나 오늘은 30분 당겼습니다. 브리핑 요지를 들어보죠.
Q. 영장 청구가 좀 늦어진 이유는.
A. 늦었다는 표현을 했지만 영장 청구는 저희들 기준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신병처리 여부에 대해서 고민했기 때문에 다소 지연된 느낌은 있다.
Q. 단순뇌물죄인지, 제3자 뇌물죄인지?
A. 구체적으로 뇌물공여의 경우 단순뇌물공여와 제3자 뇌물공여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자 기준으로 할 때 단순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가 모두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다.
Q.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나머지 50여개 기업도 전부 뇌물죄로 의율하나.
A.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고려해 조사할 것이다. 입건 범위는 최소한으로 할 것이다. 특검 수사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만 한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Q. 단순뇌물죄 적용은 최순실과 박근혜 재산이 이른바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인데 객관적 물증 통해 입증됐나.
A. 경제적 공동체 개념은 법률적 개념이 아니라서 적절치 않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에 이익의 공유 관계에 대해서는 관련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 부분 입증이 됐다고 판단한다. 대통령과 최순실 공모관계에 대해서는 객관적 물증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다.
Q. 영장에 대통령도 명확히 적시됐나.
A. 대통령에 대해서는 영장 청구 피의사실에 객관적으로 명시가 되지 않았다. 조사도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은 형식적 입건을 하지 않은 상태다.
Q. 뇌물 받은 사람으로는 최순실 적시했나?
A. 그렇다.
Q. 그렇다면 대통령 대면조사가 앞당겨지나.
A. 대통령은 이 사건뿐 아니라 검찰에서 기소한 부분, 저희가 조사하는 부분 등에서 상당 부분 관련돼 있다. 이 부분들을 명확하게 조사한 다음에 대면조사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한 번에 할 것이다. 상황을 종합해 결정할 계획이다.
Q. 뇌물수수 당사자인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뇌물공여한 쪽을 먼저 영장 청구하는 게 법리상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A. 원칙적으로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 없이 공여자를 먼저 기소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에는 뇌물수수자로 지목되는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단 공여자에 대해 먼저 조사하고, 추후 수수자에 대해 조사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
Q. 재단 출연 기업 중 사면을 거래한 정황도 포착됐다. 최태원 SK 회장도 소환 예정인가. CJ도 사면 거래 정황 나오는데.
A.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SK나 CJ 등의 경우에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다.
Q. 영장에 제3자 뇌물죄가 포함되면 ‘부정한 청탁’은 어떤 걸로 봐야 되나.
A. 제3자 뇌물죄에는 부정 청탁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부분에 있어 결국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Q. 횡령과 함께 고려된 배임이 빠진 이유는.
A. 배임 부분에 대해서는 의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 특검팀 ‘1호 기소’=특검팀 출범 이후 ‘구속 1호’를 기록했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6일 오전 직권남용과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구속 1호’에 이어 ‘기소 1호’도 기록한 셈이죠. 복지부 장관 시절인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합병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입니다.
구체적으로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쯤에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삼성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 지시를 전달받았다는 겁니다. 이후 복지부 담당 국장 등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담당자로 하여금 삼성 합병 안건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하지 못하게 하고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게 함으로써 지휘감독권을 남용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그는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하면 안 된다고 입막음을 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 김기춘 조윤선 내일 소환=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17일 오전에는 이 리스트의 총지휘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조사합니다. 소환시각은 오전 9시30분 조 장관, 오전 10시 김 전 실장입니다. 두 사람 모두 직권남용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입니다.
당초 특검팀은 두 사람을 따로 부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동시 소환으로 바뀌었죠. 이규철 대변인은 “같이 불러서 조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됐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대질신문 가능성이 있어 동시에 부른 모양입니다. 이 대변인도 “필요하다면 (대질신문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 주말(14∼15일) 상황=이규철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조사한 관련자들의 진술 및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해당 범죄의 법리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사안이 복잡하고 중대한 점을 고려해 늦어도 내일 브리핑(오후 2시30분) 이전에 결론을 내릴 예정입니다.” 당초 13일 브리핑과 달리 결정날짜가 하루 더 늦춰진 것입니다.
앞서 특검팀은 14일 오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재직 2013년 8월∼2014년 6월)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습니다. 당시 윗선인 김기춘 전 실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박 전 수석 후임으로 정무수석(2014년 6월∼2015년 5월)에 오른 이가 조윤선 장관입니다.
특검팀은 14일 오후 이화여대 학사농단과 관련해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 대해 업무방해와 위증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위한 각종 특혜를 주도한 혐의입니다. 그가 암투병 중임에도 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거짓말로 일관한 죄질이 무겁다고 특검팀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구속 여부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됩니다. 구속이 되면 그의 윗선인 최경희 전 총장이 피의자로 소환될 것입니다.
‘비선 진료’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초대 주치의(2013년 3월∼2014년 9월)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 원장이 14일 오후 2시쯤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병원장은 최순실씨에게 김영재의원 김영재 원장을 소개시켜준 사람입니다. 그 후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가 된 김 원장은 청와대를 무단으로 드나들며 대통령 ‘비선 진료’를 합니다. 그리고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이죠.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