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경 “김복주라 행복… 인기? 흔들리지 않아” [인터뷰]

입력 2017-01-16 00:00 수정 2017-01-16 00:00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짤따란 단발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묶고 동글동글한 눈을 깜빡이며 쉴 새 없이 수다를 늘어놓는 배우 이성경(27)은 ‘김복주’만큼이나 사랑스러웠다. 연신 명랑하고 쾌활하던 그가 문득 아련해진 목소리로 읊조렸다.

“복주야 너무 사랑했어. 아쉽다. 안 갔으면 좋겠고…. 보고 싶다.”

지난 11일 종영한 MBC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한얼체대 역도부 에이스 김복주 역을 맡은 이성경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얻었다. 외모부터 말투, 행동, 표정까지 극 중 그는 김복주 그 자체였다. 모델 몸매를 포기하고 살까지 찌운 보람이 있었다. 3년이 채 안 된 그의 배우인생 중 가장 큰 연기 호평을 얻었다. 첫 지상파 주연작에서의 값진 수확인 셈이다.

“행복했고, 힐링이 됐던 작품이에요. 모두를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행복했던 마음을 가지고, 복주를 (천천히) 보내는 중입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경은 “촬영하는 동안 온전히 복주로 살았던 것 같다”며 “그만큼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좋은 대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원래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담담하게 잘 보내주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달라요. 이렇게 (작품과 이별하기가) 힘들었던 적은 데뷔작 ‘괜찮아 사랑이야’(KBS2)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물론 이제는 좀 더 성숙하게 보내야 되겠죠. 저도 촬영장에 있을 때나 복주가 될 수 있었던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더 그립고 애틋해요.”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호흡을 맞춘 이성경(왼쪽)과 남주혁. MBC 제공

그럼에도 ‘역도요정 김복주’를 사랑했던 팬들에게 이성경은 여전히 속 깊은 의리파 복주로 남아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지금도 그를 복주라 부른다. 배우가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건 굉장한 성취다. 그만큼 극 중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는 뜻일 테니.

“제 꿈이었어요. 작품하기 전부터 이성경이 아니라 캐릭터 이름으로 불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거든요. 1~2회부터 저를 복주로 바라봐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그래서 더 복주와 깊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많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더더욱 실제 이성경의 모습이 안 튀어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연으로서의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감사함이 컸다. “주인공이 되고 보니 현장의 중심이 돼 스태프들에게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았어요. 너무 과분하더라고요. 몸 둘 바를 모르겠고.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좋은 에너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따뜻하고 완벽한 현장이었습니다.”

전지현·이민호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SBS)과의 시청률 경쟁에서는 다소 밀렸으나 당초 목표했던 바는 이뤘다. 이성경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초짜 신인 배우들에 사건들도 소소하게 흘러갔다”며 “모두들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단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 ‘착하고 순수한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복주를 만난 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설마 이런 캐릭터를 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어쩌면 많은 걸 잃을 수도 있는 선택이었죠.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되다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이 인기가) 영원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감사하지만, 얼마든지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항상 흔들리지 않으려고.”


연기 4년차에 접어든 이성경은 “앞으로도 지금까지 했던 대로 똑같이, 끊임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좋은 작품들을 만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았다”며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사실 가진 것보다 없는 게 훨씬 많은 배우거든요. 더 노력하고 찾아내야 할 게 많아요. 그런 고민을 계속하는 게 이 직업인 것 같아요. 모르면 조인성 공효진 임주환 성동일 등 선배님들께 S.O.S.를 청해서, 혼나도 보고 응원도 받아 봐야죠.”

‘치즈 인 더 트랩’(tvN)의 백인하, ‘닥터스’(SBS)의 진서우 등 극적인 캐릭터들을 주로 경험해왔던 터라 평범한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역도선수, 의사, 된장녀, 날라리 여고생까지 해봤지만 아직 할 게 훨씬 많잖아요. 궁금하고 기다려져요. 빨리 만나고 싶어요. 새로운 친구를.”

“요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이성경은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께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저를 좋아하는 게 창피하지 않으시도록, 그런 사람이 되는 게 도리일 것 같아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